남영욱기자

14일 포항시청에서 열린 중앙상가의 활성화방안에 대한 영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는 휘황찬란한 청사진과 함께 말의 성찬이 오갔지만 실현가능성에는 솔직히 의문이 남는다.

이날 용역사는 시관계자와 중앙상가 상인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보고회에서 미국 라스베가스와 서울 예술의 전당을 그대로 중앙상가로 옮겨올 듯한 야심에 찬 계획을 줄줄이 쏟아냈다.

중앙상가의 장밋빛 청사진에 따르면 불과 5년후인 2010년에는 중앙상가를 어지럽게 뒤덮고 있는 모든 지상의 전선과 전신주를 없애고 차가 없는 보행자의 천국이 되고 비를 피하는 높이 12m가 넘는 전천후 아케이드가 설치되며 50억원짜리 라스베가스의 명물 영상쇼시스템이 갖춰진단다. 또 서울 예술의 전당을 본뜬 육거리 원형 보도육교가 설치되고 야외공연장과 문화센터등 국제수준의 문화공간이 들어선다는 아주 가슴설레는 구상이었다. 군데군데 꽃길과 함께 소공원도 설치된다.

객석에서 지켜보던 중앙상가 상인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고 희망에 부풀어 오랜만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물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앙상가의 변신에 소요되는 예산은 모두 224억6천여만원. 대부분의 재원을 민자유치로 조달한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시의원은 “매년 관광객만 3천700만명이 몰려오는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조형물을 포항 중앙상가에 설치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실로 돌아가보자. 지금 중앙상가는 외지 대형백화점 진출과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우체국-육거리구간은 10여개 업체가 아예 문을 닫고 있고 경기회복의 실낱 같은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당면문제인 ‘차없는 거리실시’문제도 여러차례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으며 업종별, 매장별 이해관계도 극명하게 달라 중앙상가의 진로를 일사천리로 결정하는데는 많은 난관이 있다.

5월께부터 시작되는 간단한 전선지하매설만 해도 영업에 차질이 우려되는데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상인들이 몇 달씩 영업에 지장을 받아가며 견뎌내기도 어렵다.

기자는 이날 화려하게 제시된 중앙상가의 청사진에 재를 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이 구상자체가 현실성에서 다소 멀어지고 있다는 데 걱정이 앞선다.

막대한 시민혈세가 들어간 용역사업에 대한 최종보고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제발 포항시의 ‘중앙상가 구하기’의 과잉 의욕이 재기의 꿈을 키워가는 중앙상가 상인들의 소망을 더 꺾어 놓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