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에 들어서면 반듯한 화강암 비석 하나가 서 있다. 비석에는 예서체로 ‘鄒魯之鄕·추로지향’이라 써 있다.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와 맹자의 고향인 추나라, 즉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란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곳이란 뜻이다. 1980년 도산서원을 방문한 공자의 77대 종손 쿵더청(孔德成, 1920~2008년)이 쓴 것이다. 중국에서 희미해진 유학이 안동에 그대로 보존되고, 기려지고 있어서 존경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쓴 글귀다.

2012년 3월과 2017년 12월에는 공자와 맹자의 후손이 나란히 안동을 찾기도 했다. 공자 79대 종손 쿵추이장(孔垂長)과 맹자 76대 종손 멍링지(孟令繼)가 찾아와 “유교문화 보존과 전승에 힘쓰는 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서원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중국은 그 문화를 계승하지 못했다. 청나라 때까지만 해도 중국에 7000여 곳에 서원이 있었지만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문을 닫았다. 또 중국의 서원은 시대에 따라 성리학, 양명학, 고증학 등으로 학풍이 바뀌며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 시대 인물을 양성해 낸 사립학교다. 서원은 국공립학교에 해당하는 성균관이나 향교와 달리, 사회를 이끌어 갈 선비를 양성할 목적으로 한적한 산자락에 지었다. 조선 후기 일부의 적폐로 대원군에 의해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이후 많은 서원이 복원돼 현재는 전국에 600여 곳의 서원이 있다.

이 ‘한국의 서원’이 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 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모두 14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에 등재된 서원은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 달성 도동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이다. 선비의 고장 경북·대구의 서원이 5곳이나 포함됐다. 병산서원과 옥산서원은 이미 2010년 세계유산 ‘한국의 역사마을’에 등재돼 있어서 2관왕이 됐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추로지향’의 한국 서원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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