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모델 항공기로 사고 당시 13명 탑승…생존자 일부도 중상
1950년대 퇴역했지만 소수는 체험비행 등에 쓰여…남은 B-17 9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늘의 요새’(Flying Fortress)로 불리며 미군의 주력 폭격기로 활약했던 ‘B-17’가 2일(현지시간) 미 코네티컷주 하트 포트 외곽의 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추락 사고를 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2차대전 무렵 제작돼 군용으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민간용으로 운용되는 일종의 빈티지 모델이다.

사고기는 이륙 직후 기체 이상이 발생하자 착륙을 시도했으나 중심을 잃고 활주로에 부딪혔고, 건물을 들이받은 뒤 화염에 휩싸였다.

관련 당국은 사고기에 조종사 2명을 포함한 승무원 3명과 승객 10명 등 13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어린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7명이지만, 생존자 일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로벨라 코네티컷주 공공안전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체 내에 남아 있던 탑승자 일부의 시신에 불에 탔다면서 “피해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사고 당시 활주로에서 근무 중이었던 작업자 1명이 다쳤고, 화재를 진압하려던 소방관 한 명도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벨라 국장은 사고 직후 비행기로 달려가 승강구를 열고 피해자들을 구조하려던 용감한 이들이 있었다면서 “비행기 안팎에 있었던 몇몇 사람들의 영웅적 노력에 대해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기는 미국의 교통 관련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 교육단체인 콜링스(Collings) 재단 주최로 이번 주 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열린 ‘자유의 날개’ 투어에 참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에 쓰인 가장 유명한 항공기 중 하나인 B-17은 1950년대 말 모두 퇴역했지만, 이후에도 항공기 애호가와 팬들에게 체험비행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쓰여왔다.

사고기는 이륙 후 수 분 만에 이상을 호소하면서 회항을 요구했다. 사고기 조종사는 관제탑과의 통신에서 “4번 엔진, 돌아가서 그걸 끄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사고기가 고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면서 엔진 중 하나에서 털털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자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항공기 경로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 자료를 인용해 사고기가 추락 전까지 8마일(약 13㎞)을 비행했으나 최고 고도가 800피트(244m)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했다.

이 사고로 브래들리 국제공항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가 약 3시간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B-17은 1987년에도 피츠버그 인근 에어쇼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낸 바 있다.

이날 추락한 B-17은 1945년 제작됐으며 종전으로 인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고 구조대대와 군 항공 운송 서비스에 투입됐다. 사고기는 이후 핵폭발 영향 시험 등에 쓰이다가 퇴역했고 고철로 팔렸다가 복원돼 각종 전시 등에 쓰여왔다고 콜링스 재단은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아직껏 운용되는 B-17의 대수는 9대로 줄어들게 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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