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대구 동구청 세무1과 과표담당

사마천의 사기 진승상세가에 등장하는 진평(陳平)은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중국을 통일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는 마을 제사에서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일을 맡았었는데, 진정성 있고 공평하게 고기를 나눠 마을 사람 모두가 그를 칭찬했다고 한다. 여기서 ‘진평분육(陳平分肉)’이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진평이 고기를 나눠 주듯, 일을 정확하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복지국가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방재정의 확보방안이 절실하다. 국세의 지방세 이전, 조례를 통한 지방세입법권 강화, 신세원 발굴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나 여러 제약으로 실행에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지방세·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방안으로 취득세 또는 재산세의 감면율이 100%인 경우라도 감면율 상한을 85%로 제한해 최소한 15% 이상 지방세를 내는 ‘최소납부세’제도를 들 수 있다. 2015년 최초 도입된 이후 해마다 대상이 확대돼 경제적 취약계층을 제외한 감면에 적용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200만 원 이하 취득세와 50만 원 이하 재산세는 최소 납부세제 적용이 배제되고, 담세력이 있는 종교단체 등에 지방세가 전액 면제되는 점은 조세 형평성 관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부동산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준은 토지 64.8%, 단독주택 53.0%, 공동주택 68.1%라고 한다. 특히 재산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주택 60%, 토지 등 70%)을 곱해 산정되기 때문에 실제 과표 현실화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주택은 해당연도의 산출세액이 직전 연도 재산세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세부담상한제의 도입으로, 적정시장가격의 반영과 ‘동일가격-동일세부담’의 원칙이 훼손돼 105∼130%인 세 부담 상한을 다소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복지국가로 가려면 실질적인 증세가 필수적이다. 반면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역시 복지국가를 이끌어가는 수레바퀴의 한 축이다. 자경농민 농지나 서민주택 취득세, 장애인·국가유공자, 아동·노인복지시설,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각종 감면은 사회통합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체납처분·행정재제 유예, 번호판영치 유예 등 생계형 체납자의 회생지원을 위한 조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복지국가실현에 세수확보와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만큼, 효율적이고 공평한 조세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중국통일 후 황제 유방의 견제로 장량, 한신 등 수많은 공신이 토사구팽당했으나 진평은 결정적 순간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특유의 처신으로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주민의 재산권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연구해 가진 자와 사회적 약자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진평분육(陳平分肉)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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