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진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동상

유수진
2015년 <시문학> 등단(시)
2019 호미문학대전 가작 수상(시)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 대학원 졸업(어학 석사)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현관에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는 가을을 만났다.

어느새 여섯 시만 되면 어둑해지는 계절로 들어섰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집으로 향하는 사이로 노을이 부슬부슬 내리더니 가로등이 동시에 들어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마치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듯, 한꺼번에 불을 밝히는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쌀 포대 네 개가 놓여있었다. 아버지가 보낸 택배를 아들이 받아놓았다. 마침 아들은 쌀 포대를 집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집 안쪽, 내가 창고라고 부르는 공간으로 쌀을 옮겨 달라고 하며, 다 들어가려나, 혼잣말하는데 아들이 차곡차곡 쌓으면 된다고 대꾸해 주었다.

내 창고를 채운 넉넉한 고향에서 햅쌀을 두 손 가득 꺼내 밥을 지었다. 애호박을 푸르게 썰어 찌개를 끓였다.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소리에 입안에 고이는 침, 오랜 허기를 꿀꺽 삼키는데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물 묻은 손을 옷 앞자락에 문대고 클릭한다.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부문 동상 수상. 햅쌀로 지은 시간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격려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 어서 많이 먹고 계속 글을 쓰라는 사랑을 받는다.

내게 글은 집이다.

귀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경북일보 문학대전을 준비하느라 애쓴 관계자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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