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1명대가 깨졌다. 지난해 0.9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0명대 출산국이다. 이런 저출산은 1980년대에 잉태된 비극이다. 현재 20~30대 여성이 태어난 1980~90년대 출생아 통계를 보면 비극의 실마리가 풀린다.

인구학에서 여아 100명 당 105~107명의 남아가 태어나는 것이 자연적인 상태에서의 성비(자연 성비)다. 1980년대 초까지는 이 자연 성비에 가까웠지만 1984년부터 급격한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1984년 108.3인 성비가 1990년에는 116.5까지 치솟는다. 남아가 많이 태어나는 기현상이 10년 가까이 계속됐다.

이 시기 경북과 대구는 전국에서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했다. 경북은 무려 130.7, 대구 129.7이었다. 경북과 대구, 경남 등 영남지역은 셋째 이상인 출생아의 성비가 193.7로, 여자 아이 100명이 태어날 때 남자 아이가 두 배 가까운 194명이 태어났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남아선호 사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이 펼쳐졌다. 아이를 많이 낳는 부부를 미개인 보듯 하는 풍조가 확산됐다. 여기에다 초음파기기 도입으로 임시 초기 태아의 성별 확인을 통한 여아 선별 낙태가 성행했다. 30여 년 전 자행된 낙태가 지금의 초저출산의 죄업이 된 셈이다.

남아 선호가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강한 경북은 지금 ‘인구절벽’ 앞에 서 있다. 3년 내리 초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1만6079명으로 2017년에 비해 1878명, 10.5%나 줄었다. 지난해 경북의 25~29살 여성의 출산율은 9.0명, 30~34살은 6.8명이었다.

경북은 23개 시·군 중 포항과 구미, 경산, 칠곡을 제외한 19개 시·군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군위와 의성, 청송, 영양, 청도, 봉화, 영덕군 등 7개 군은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이 때문에 벌써 곳곳에서 도시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신도시 조성이나 도시 외곽지 개발보다 일본에서 먼저 하고 있는 ‘압축도시(compact city)’에 주목해야 한다. 도시에 산재한 공공시설과 의료, 복지, 상업시설을 한 곳에 집중 시키는 압축과 다운사이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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