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 석청 채집꾼 김 씨
힘들게 산을 올라 절벽 바위틈에 숨겨져 있는 석청을 발견해도
그것을 반만 들고 온다. 나머지는 벌들의 식량으로 남겨둔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미련하냐며 핀잔을 주면
그는 웃으며 말한다. 벌들도 먹을 게 있어야
내년에도 우리에게 꿀을 나눠줄 거 아녀 -
내 욕심 차리자고 꿀 다 들어내면 그게 도둑이지 산 마음이여?
그는 다시 웃는다. 그 꿀 다 들어내고
벌들의 식량으로 설탕을 넣어놓는 몹쓸 짓을 하면 안 되야 -
벌이 파리가 되면 어쩌려구 그려 -
그런 김씨, 오늘도 부지런히 산의 절벽을 오른다
벌의 꿀을 얻으려면 이 정도의 수고쯤은 지불해야 한다는 듯이

저 벌들 좀 봐 -, 꿀 한 방울 만들기 위해
몇 천 번의 날갯짓을 해야 하는지 -

강원도 산골 오지의 석청 채집꾼 김 씨, 그는 그렇게 험한 산을 오른다

그것이 벌들이 만든 꿀을 가져오는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이



<감상> 가짜와 모조품이 판치는 세상에서 석청 채집꾼 김 씨의 진정어린 행동은 비난을 받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꿀에다 설탕을 넣고 석청을 마구잡이로 채집하는 요즘 세태에 과히 진실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동안 착취를 일삼은 인류가 멸종시킨 동식물은 얼마인가, 현재 100만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가짜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진 대중들은 굳이 음식뿐 아니라 시(詩)에도 적용된다. 절벽을 오르는 심정으로 자신을 극지로 몰며 쓴 석청 같은 시를 외면하고, 설탕이 잔뜩 묻은 가짜 꿀 같은 시에 우리는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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