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이 흰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새 날아간 자리 가지처럼 파르르 눈동자 떨리던 사람
바스락거리는 별을 끌어다가 반짝, 담배에 불붙이던 사람
산등에 걸린 달을 눈으로 담은 사람
흙 파인 돌계단에 앉아 찬찬히 처마의 달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벼 바심 끝난 논바닥에 뒹구는 바람을 끌어다가
옷깃 안으로 여미던 사람
문득, 돌아선 곳에서 나를 달빛 든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

그 사람

바라보다가 고라니 까만 눈으로 바라보다가 잡으려 하니
그 자리에 별이 스러졌다



<감상> 그리운 이를 눈동자에 담으려면 늘 바라봐야 한다. 바라본다는 것은 그대에게, 사물에게 고개 숙여 바라보는 것이다. 고개 숙여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떨리고 아린 눈빛인가. 모든 사물이 그대와 연관되므로 눈동자에 별빛과 달빛이 들고, 타작 끝난 논바닥에 뒹구는 바람까지 껴안는다. 태양은 하지, 동지에도 뒤돌아보지 않아도 고라니는 돌아보는 눈빛을 안고 있다. 문득(問得), 내가 그대의 눈빛을 느끼는 순간 잡으려 하지만 그 자리에는 별이 스러질 수밖에 없다. 아베르노 계곡에 이르기 전 뒤돌아보지 말라는데 영원을 불러오는 그런 눈빛, 도무지 잡을 수가 없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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