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꼭 필요한 쓰레기처리장이지만 우리동네엔 안돼"

지난 19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항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포항시는 지난 19일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민원을 놓고 시작된 갈등으로 치러진 시의원 주민소환을 위한 투표가 끝남에 따라 지역발전과 화합의 큰 그림을 통해 시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포항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강덕 시장은 “도시에 꼭 있어야 할 쓰레기처리시설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지역에 극심한 갈등과 분열이 초래되고 행정과 재정적인 손실은 물론 전국적인 화제가 되어 지역의 이미지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도시환경과 다양한 복지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민생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주민 간 갈등과 지역 간 분열을 딛고 상생과 화합으로 지역발전에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갈등해소를 위한 포항시의 발 빠른 움직임과 노력의 의지와는 달리 주민소환을 청구한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주민소환을 청구·주도했던 오천SRF반대어머니회의 양은향 사무국장은 “이번 주민소환은 포항시와 시의회의 무책임한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SRF의 문제점을 주민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서 “쓰레기발전소의 가동중단과 폐쇄·이전을 위해 매주 시청집회와 등교거부, 가처분신청 등 지속적인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오천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주민소환을 청구했던 이유와는 달리 상황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명분을 앞세워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직권 남용에 대해 주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장치로,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에 반대하는 포항시 오천읍 주민들이 지난 18일 오전 포항시 남구 문덕리 부영사랑으로 2차아파트 제 10투표소에서 시의원 주민소환 투표를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하지만 포항시 남구 오천읍 시의원 2명에 대한 주민소환은 과연 이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지역주민은 물론 다수의 시민 여론이 지지정당에 따라 갈리면서 처음부터 지역주민들의 건강권, 자녀교육권 보장과 같은 명분보다는 다른 셈법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다.

주민소환을 청구한 단체는 “해당 시의원들이 SRF시설이 건설되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반대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시작됐고, 이는 선출직 지방공직자들의 권리와 권한이 부당하게 침해받을 수 있는 사례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의 표를 받아서 당선된 시의원이 주민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SRF반대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주민소환의 이유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납득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환대상이 되었던 이나겸 의원은 SRF시설 결정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반영을 강력하게 주장한바 있고, 박정호 의원의 경우는 2017년 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시설 결정과는 무관한 상황이었지만 두 의원은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시설의 가동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또한 오천지역 3명의 시의원 가운데 특정 정당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시의원이 주민소환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시중에 나도는 의구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특히 이들 의원이 관련 현안에 대해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해왔음을 상당수 주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려는 더 컸다.

실제로 주민소환을 위한 주민동의를 받는 초기 단계의 경우 지역의 열악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한목소리 내기가 주민들로 상당한 호응을 받으며 주민소환을 위한 요건을 충족시켰으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소환명분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했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주민소환은 무산됐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소환을 주도했던 단체들은 당초의 목표는 시의원 소환이 아니라 SRF시설 반대를 알리고, 포항시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새로운 명분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대다수 시민들은 갈등과 분열을 딛고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오로지 행정만을 탓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에 여론도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포항시의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은 생활쓰레기를 땅에 묻는 대신 고형 연료로 가공한 뒤 850~900도의 열로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최첨단 시설이지만 인근인 오천읍·제철동·청림동 주민들은 SRF 가동으로 악취와 환경 호르몬 등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며 가동 중단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더해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면서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나타날 행정의 공백과 주민 간의 갈등과 같은 소모전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주위의 걱정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5억1천만 원을 훌쩍 넘는 주민소환 투표의 비용은 전액 포항시의 부담으로 시민의 혈세이다. 여기에 주민간의 갈등과 지역분열과 같은 문제는 재정 부담 이상의 고민거리가 돼 오랫동안 지역의 상처로 남을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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