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술집 등 옛 인테리어·메뉴 고객들에 인기
행사·축제·의류·광고 등 다양한 분야 접목 확산
전문가 "과거 추억하며 여유찾는 서민 애환 담겨"

포항시 남구 대이동 소재 고깃집인 포항정육점의 90년대 카페 스타일 레트로 감성으로 꾸민 내부 모습.
7일 저녁 포항시 남구 대이동의 한 고깃집인 ‘포항정육점’.

이곳은 여느 고깃집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1990년대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에 ‘일력(하루마다 종이 1장을 찢는 달력)’과 엔틱 전화기, 옛날 우유 냉장고 등 곳곳에 복고 포인트를 줬다. 메뉴에도 급랭 스타일 꽃삼겹살로 ‘추억의 로스구이’를 떠올릴 수 있게 했다.

최근 ‘뉴트로(Newtro)’ 열풍이 사회 전반적으로 매우 거세게 불고 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행사·광고·소주·패션·음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지난달 6~7일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 성공 추진을 위해 동대구역 광장서 뉴트로를 활용한 관광 홍보 이벤트를 했다.

7080세대 옛 추억 떠올리기 위해 △어렸을 때 많이 먹었던 달고나 새기기 △군고구마와 나눔 △6.25 때 향촌동 다방에서 즐기던 커피 제공 등을 진행했다.

포항시도 올해 호미곶 해맞이축전에서 ‘동춘 서커스’와 무성 변사 영화극 ‘이수일과 심순애’를 준비해 장년층 향수와 젊은층 흥미를 동시에 공략했다.

시는 지역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복고풍 교복을 맞춰 입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중년사관학교’도 운영 중이다.

옛 건물을 원형을 살리면서 복고풍 의자와 안주 메뉴를 갖춘 ‘북부칠성’과 자개농과 병풍 등으로 내부를 꾸민 ‘조조회관’ 등 뉴트로감성을 입힌 술집도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쌍사를 중심으로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병 우유와 옛날 커피잔 등이 나오는 뉴트로 카페·다방 등 복고를 활용한 음식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포항정육점, 옛 선풍기
김슬기 포항정육점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차별화된 저 비용 창업을 고민하다 ‘90년대 카페 스타일’ 이색 고깃집을 열게 됐다”며 “국내산 고기만 취급해 품질을 확보하면서도 다양한 옛날 소품을 찾는 재미로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고 뉴트로 콘셉트를 한 이유를 말했다.

지난 2일 DGB대구은행은 새해 첫 신문에 뉴트로 기법 광고를 냈다.
포항정육점 옛 서울우유 냉장고
80년대를 풍미한 잡지인 ‘선데이 서울’ 표지처럼 광고를 꾸몄고, 당시 서체로 ‘뉴-디쥐비’라는 제호를 달고 ‘53돌’ 마크도 달아 53주년 특별호임을 강조했다.

과거 인기 프로그램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주제곡을 개사한 SK이노베이션 기업 광고와 70주년을 맞아 과거 CM 가수인 이선희와 당시 화면을 그대로 사용한 칠성사이다 광고도 뉴트로 광고다.

소주 업계는 ‘뉴트로 전쟁’이 더 치열하다.

70년대풍 하늘색 소주병과 두꺼비 캐릭터로 무장한 진로하이트의 ‘진로이즈백’이 출시 7개월 만인 지난달 1억 병 판매를 돌파하자, ‘복영감’캐릭터와 투명한 소주병으로 전통성에 트렌디함을 가미한 대구 지역 금복주가 ‘소주왕 금복주’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무학 등 타 지역 소주업체도 뉴트로 제품을 내고 있다.

90년대 음악 방송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 공원’ 인기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뉴트로 열풍을 타고 당시 활동했던 가수 양준일도 데뷔 30년 만에 다시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패션계도 프로스펙스는 80년대 학이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누운‘F’로고를 재해석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리복도 펌프 버튼을 누르면 발목에 에어가 들어가는 신발을 다시 해석해 내놨다.

이진구 한동대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교수는 “뉴트로는 ‘아주 오래된 미래, 영원한 어제’라는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으며 연출된 촌스러움, 의도된 미완성 기법이라 볼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고 각박해지는 세상 속 지난 시절을 추억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서민 애환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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