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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시(詩)
[아침시단] 시(詩)
  • 황수아
  • 승인 2020년 01월 19일 16시 0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0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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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그는 문장 첫 줄을 읊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의 행동은 뭔가 어려워 보였다.
힘없고 가느다란 음성이 흘러나오기 전,
그의 목울대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떨리다가 이내
행간처럼 깊이 파였다.

시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내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나는 그때
시에 대한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감상> 시인은 한 문장을 얻기 위해 메모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다. 한 문장, 그것도 첫줄을 얻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첫줄을 얻기 위해 바람과 햇살과 때를 기다리는 거미와 같다. 가느다란 거미줄이, 음성이 흘러나오기 위해서는 목울대까지 감정이 차올라야 한다. 누에도 목울대까지 누렇게 차올라야 실이 뿜어져 나온다. 시인의 목울대가 뜨거워져야 시(詩) 한 문장이 비로소 완성되고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때 독자의 목구멍도 뜨거워지고 시가 뭔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시를 짓기 위해 시가 뭔지 수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바로 시인이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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