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학생들이 일부 교사의 ‘편향교육 문제’를 고발하면서 시작된 서울 인헌고 사태를 보면서 학교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공간이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어느 한쪽의 성향이나 주장을 가르치는 것은 극도로 주의해야 함을 느꼈다.

이러한 시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선거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오는 4월 15일에 치를 국회의원 선거부터 선거일 현재 만18세 이상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져 고3 교실에도 선거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전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 만16세~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만19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던 차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만18세에게 선거권을 줌으로써 국정운영에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든지, 합리적 판단에 기초한 정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정책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효과, 청소년들의 인권신장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한 최종 결정과 대학입시 본격 준비에도 여유가 부족한 점, 투표라는 권리가 주어지면 상반된 의무가 수반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권리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 청소년의 본분과 학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사람에게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논쟁을 불러오며, 이는 다른 계층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기에 고등학교 교실이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될 수도 있다.

‘학교’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모아 작은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문제에 관한 변수를 적절히 통제해 청소년들에게 좀 더 알맞은 방향으로 사회의 여러면을 보여주는 곳이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기본적인 정치관념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자치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고, 이를 위해 교사는 여러 측면에서의 시각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중앙선관위와 교육부는 학생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선거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지원방안과 사례중심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여 학교에 안내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역사적 사건은 항상 청년학생들이 선봉에서 주도하여 성공으로 이끌었다.

한국전쟁 때 구국의 일념으로 나선 학도의용군이 그러했고, 4·19혁명이 그러했으며, 몇 차례의 민주화 항쟁의 맨 앞에도 항상 피 끓는 청년학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거권 연령 하향과 이에 따른 고3 교실의 정쟁화에 많은 우려를 표하지만 나는 총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고3 학생들이 선배들을 본받아 현명하게 권리를 행사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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