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군으로 소문난 당태종도 자신이 내린 결단이 법령에 어긋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광주도독 당인홍이 일자리 수뢰혐의와 제멋대로 세금을 거둔 혐의로 고발당했다. 법대로 하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당태종은 그가 공신이고 노령임을 감안 해 관용을 베풀어 사면한 후 서인으로 만들었다.

당태종은 자신이 행한 처분이 법의 존엄성을 깨뜨리고 법을 농간했음을 깨닫고 경솔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하늘에 죄를 청하기로 했다. “당인홍을 관대하게 처분하신 것은 사사로운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자의 공을 생각해서였는데 어찌 죄를 청하신다 하십니까?” 재상 방현령 등 대신들이 죄를 청하겠다는 당태종을 말렸다.

그러나 당태종은 대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에게 세 가지 죄가 있다고 밝혔다. 첫째,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밝지 못하고, 둘째 사사로움으로 법을 어지럽히고, 셋째 선한 자를 상주고 악한 자를 죽이지 못한 죄가 있다고 하면서 다시는 이 같은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태종의 치세를 기록한 ‘정관정요’엔 법을 지킨다는 ‘수법(守法)’이란 글자가 반복해서 나온다. 군주와 신하가 위 아래에서 엄격하게 법을 지켰기 때문에 당태종의 치세에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다.

사회상을 기록한 사초에는 “관리가 직권을 이용해 불법으로 재물을 얻는 것을 깊이 혐오해 법을 왜곡해 재물을 취하는 자가 있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관리들에겐 스스로 청렴하고 근신하는 풍조가 형성됐다.

“다른 사람의 위에 있는 자가 그 자신을 바로 하면 명령하지 않아도 시행하고, 그 자신을 바로 하지 않으면 비록 명령하더라도 시행하지 않습니다” 위징의 간언을 받아들인 당태종은 법치 확립에 온 힘을 기울였다. 군주가 앞장서서 준법에 엄격함으로써 관리들도 따라서 준법에 솔선수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었던 것이다.

역대 대한변협회장과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130명이 “권력은 법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 대학살 인사,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등 초법적 법치주의 유린에 대한 국민의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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