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교수

2월 3일 보도에 의하면,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중국에서 1만 1천여 명을 넘었고, 사망자가 360명에 이른다. 국내도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났다. 2009년에 시작된 신종플루나 메르스 같은 대규모 희생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전 세계가 초비상 사태에 돌입하였다. 한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및 희생자 최소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국 우한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2차에 걸쳐 소환하고, 특정 지역에 수용하여 확산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사스는 한국에서는 3명이 발생하여 사망자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대처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종플루는 전 세계에서 1만4천여 명이 사망하였고, 한국에서도 74만여 명이 감염되어 263명이 사망하였다. 메르스는 세계에서 2천2백여 명이 감염되어 791명이 사망하였고, 한국은 186명이 감염되어 39명이 사망하여 세계 메르스 발병 2위 국이었다. 지금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사스보다 빠르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는 부총리겸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긴급 장관회의를 소집하였다.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야별 파급영향 점검 및 대응,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점검 및 대응 방안, 마스크 등 의약외품 수급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후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세계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서 한국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역량을 총집결하겠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국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긍정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 우한 교민 수용시설을 반대했던 진천과 아산 주민들은 시설 반대를 철회하고 우한 교민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영국 존스홉킨스대학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보건안전지수에 의하면, 세계 195개 국가 중에서 한국은 9위로 상당히 높은 안전지수를 가지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한국 정부의 대처 능력이 세계적으로 인정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세계가 인정하는 대응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질병성 재해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수년 동안 발생한 질병성 재해가 세계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상당히 컸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사스 때 한국경제는 1%, 메르스 때 0.2%, 신졸플루 때 0.1%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감염자 수와 희생자 수와는 별개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시작된 경제 영향은 제조업까지 확산 되었고, 전체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경제 문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만 할 필요는 없다. 국민 모두는 정부의 대응력을 믿고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경제적 악재에 대응할 정도의 규모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2018년 기준 세계 11위에 이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9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분석 국가 141개국 중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로부터의 악재에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 잘 대처해 왔다.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해 잘 대응한 사례는 2019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였다. 일본이 반도체 공정 감광재인 리지스트, 반도체 식감재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그리고 불소처리강화필름인 플루오린 플루오미드에대해 수출 제한을 시도했을 때 국내의 많은 언론과 국민이 우리 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했다. 마치 한국 경제가 붕괴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정부, 기업, 국민의 삼위일체된 노력으로 제조 및 부품 소재 분야에 대한 대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본이 후회한다는 보도도 있다. 외부로부터 오는 위기를 내부에서 기회로 승화시킨 것이다.

질병 재해에 대한 정부의 대응력이나 경제 악영향 차단을 위한 정책이나 방법이 적극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추후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또 다른 질병 재해 사태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준비가 부족하면 소는 항상 잃을 수 있다. 아무리 질병 방역 체계가 확실하고, 정부의 의지가 확실하고, 국민들의 협조가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한 우한 교민들의 집단 수용시설 사용에 지역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철회하였고, 감사하게도 교민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 초기에는 지역 주민들은 집단 수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내 집 앞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수용되면 내 가족에게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며 반대하는 그 주민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진 산악지역 등에 질병 감염 점검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집단수용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질병이던 어떤 상태이던 주민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즉시 수용할 수 있는 집단수용 시설의 설립이 필요하다. 특정 질병이 발생했을 때마다 정부와 주민이 마찰하고, 그로 인해 질병 등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은 선진 대한민국에 걸맞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격리된 시설에 수용될 대상자들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을 만들 만큼의 국가 경제력도 있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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