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을 석권한 ‘기생충’은 세계의 보편적인 시대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영화다. ‘기생충’은 단순한 개인의 ‘욕망’이나 ‘계급’의 문제를 뛰어넘어 신자유주의 탁류에 떠내려가는 인간의 아귀다툼이 화두다. 그런 점에서 ‘기생충’은 한국적이면서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다.

빈부격차 심화로 공고해진 사회의 계급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쌓아 올려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코미디’라 했지만 스토리의 진지하고 치열한 전개에 웃음기가 증발된다.

‘기생충’은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가족이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반지하 주거공간 중 유일하게 햇빛이 들어오는 창 옆에 양말을 빨아 널어놓은 장면이 클로즈업되면서 가족이 들러 앉아 피자박스를 접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신자유주의 체제 재편과 1998년 금융위기 이후의 계급갈등은 치유는커녕 개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고화 되고 있다. ‘기생충’은 그 불편하고 모순적인 갈등을 음습한 반지하 세계에서 바깥 세상으로 드러내 보여 준다.

영화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한다. 등장인물들을 모두 ‘회색지대’에 올려놓았다. 악도, 선도 뚜렷하지 않다. 가난한 집 기택네 가족들은 부잣집 박 사장네로 ‘침투’하려고 온갖 거짓과 위조를 일삼는다. 박 사장네도 때로 모멸감을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악인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모든 주인공이 ‘그레이존’(grey zone)에 있다. 가난한 가족은 나쁜 짓을 저지르는데, 약간 귀엽기도 하고 부잣집 사람들은 얌체 같지만 나이스한 사람들”이라면서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냐, 공생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니 ‘공정 사회’니 떠들었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공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아카데미상과 칸의 황금종려상을 움켜 쥔 영화 ‘기생충’이 던지는 메시지를 되새겨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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