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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행운의 동전들
[경북포럼] 행운의 동전들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 승인 2020년 02월 16일 15시 4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17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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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인류 역사는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나 점과 선으로 구성된 삼차원 형태로 전개된다. 여기서 점은 도시를 뜻하고 선은 교통로를 가리킨다. 이로써 사람이 왕래하고 문물이 교류되면서 문명이 발달했다. 영국 시인 쿠퍼는 말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노라고.

후일 빅토르 위고는 이를 패러디했을까. 신은 물을 빚었으나 인간은 와인을 빚었다고 찬양했다. 어쨌든 도회의 흥망성쇠는 문화의 부침 그 자체였다. 지금껏 명멸한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로마를 선택하고 싶다. 오늘날 서양 문명의 원형인 고대 로마 제국 수도인 탓이다.

영원한 도시라 일컫는 로마의 향기를 멋지게 묘사한 영화는 ‘로마의 휴일’이다. 그것은 이천 년 전의 영광에 대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서너 차례 관람한 할리우드 흑백 필름으로 명소와 유적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무명의 여배우 오드리 햅번을 일약 스타로 만든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유럽 순방 도중 로마에서 잠적한 영국의 앤 공주. 우연히 만난 신문 기자와 하루 동안 시내를 구경한 후 사랑의 감정을 간직한 채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시간의 창고에서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스페인 계단과 그레고리 펙이 짐짓 비명을 지르던 진실의 입, 그리고 웅장한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이 그러하다. 둘은 거리를 걷다가 꽃장수 여인을 만난다. 돈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주인은 꽃송이 건네며 말한다. “행운을 비는 뜻이에요.”

18세기 중엽 완공된 트레비 분수는 로마 최대 규모이다. 폴리 궁전 벽면에 포세이돈 동상과 함께 설치됐다. 이곳에서 오드리 햅번이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덕분에 만남을 기원하는 낭만적 장소가 되었다. 로마시가 버는 수입이 매년 18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신데렐라의 기여는 지대하다. 분수대 옆쪽 도로변 거리의 화가에게 샀던 스프레이 유화는 요즘도 감회에 젖는다.

화폐는 재료에 따라 지폐와 주화로 나눈다. 종이에 인쇄하여 제작한 지폐는 일반적으로 정부 지화와 은행권을 이른다. 보통 종이돈이라고 한다. 주화는 쇠붙이를 녹여 만든 금전이며 통상 동전으로 불린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동전은 스페인 은화이다. 명실상부한 최초의 국제 통화였다. 16세기 무렵 지구촌은 해양 무역으로 밀접히 연결됐다. 당시 교역 수단으로 유통된 것은 스페인 은화. 소설 ‘보물섬’과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데 실버 선장과 앵무새 때문만은 아니다.

1570년대 처음 주조된 스페인 은화는 실제로 초창기 국가 간의 무역을 견인하면서, 19세기까지 결제 수단으로 군림했다. 중국의 차 관련 거래 자료도 이 은화로 표시될 정도였다. 그들은 황금을 찾고자 페루에 왔다가 대신에 포토시 은광을 발견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적함대를 거느리면서 유럽 강국이 되었다. 포토시가 없었다면 서구의 흐름이 달라졌을 것이라 평가될 만큼 위력을 떨쳤다.

설날 연휴에 엄마를 모시고 팔공산 관봉에 올랐다. 불심 품은 수많은 인연들 저마다 합장 기도를 드린다. 나약한 존재의 진솔한 순간들. 갓바위 부처님 정좌한 커다란 받침돌 꺼칠한 표면에 동전들이 놓였다. 마치 태국의 불상에 금박이 붙이듯 말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위의 광채였다. 새해에 안녕을 주는 복된 땡전이길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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