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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봄이 오는 소리
[기고] 봄이 오는 소리
  • 류성무 수필가·전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
  • 승인 2020년 02월 16일 15시 4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17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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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무 수필가·전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류성무 수필가·전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지구온난화의 탓인지는 모르나 지금은 삼한사온도 없는 것 같고 겨울 추위가 어릴 적에는 농촌 초가집에 밤이면 방안에 둔 물그릇이 얼어 터지는가 하면 세수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면 손가락이 얼어붙는 혹독한 추위는 근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 같다.

소한집에 대한이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풍자 어린 말도 빈말인 것 같고 24절기의 기상변화도 옛날같이 예측하기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가을은 하늘과 산에서 들로 마당까지 오는가 하면 봄은 땅에서부터 오고 있다. 따스한 햇볕에 풀들은 땅거죽을 밀고 눈 녹은 산골의 실물줄기는 봄을 재촉하는데 성급한 동백꽃은 추위를 외면한 채 봉우리를 내밀고, 매화꽃은 TV 영상에 비치고 있다. 먼저 피려고 앞을 다투는 개나리와 진달래 역시 들로 산으로 봄소식을 전해주기 바쁘다. 다른 곳은 아직 앙상한 나무들이 있는 가운데 노랗게 피어 있는 개나리는 나에게 행복을 준다.

봄은 추운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모든 것들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것이 봄의 시작 3월이다. 봄이 성큼 다가오면 여행의 설렘도 커진다.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다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꽃샘추위가 있지만 살을 애는 듯한 추위는 없다 먼 산의 잔설(殘雪)이 보이기는 하지만 양지 측 버드나무는 어린눈을 틔우고, 햇살과 맑은 하늘과 봄의 청량한 공기와 상쾌한 산소를 함북 마셔야 할 시기에 전에 없던 불청객의 미세먼지는 봄을 만끽하는 시기에 공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므로 어찌 봄 내음을 마실까….

나는 어릴 적 따갑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봄 햇살을 내리쬐고 바깥에 나가 들판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고 특히 네잎클로버 찾기 놀이를 좋아했다. 수많은 세잎 클로버 속에 보물을 찾듯이 몇 시간이고 찾다 보면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된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엄청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네잎클로버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순간에는 마냥 기뻤다.

수많은 시(詩)와 봄꽃의 봄의 풍광은 앞으로 다가올 희망도 품고 산다. 일제치하의 봄은 광복이고 전쟁에서의 봄은 휴전이다. 이처럼 봄을 상징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소망을 가져 본다.

새새년년 봄이와서 동토(冬土)에는 새싹들이 움트고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햇살 사이로 원근에 피는 꽃은 차츰 신록의 향연(饗宴)과 함께 지난가을 추수를 마치고 동면했던 농업인들은 들로 산으로 농사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어떠한가 봄이 와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복되는 생업에 매진해야 하고 농업인들은 되풀이되는 농사일에 새새년년 달라지는 것이 없지만, 달라진 것은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서글픔이 수반된다.

사자성어에 춘진유귀일(春盡有歸日)인데, 즉 봄은 가고 오건만 노래무거시(老來無去時)라, 늙음은 한번 오면 갈 줄 모르네. 춘래초자생(春來草自生)하니, 봄이 오면 풀은 절로 나건만 청춘유불주(靑春留不住)라, 젊음은 붙들어도 달아나네. 화유중개일(花有重開日)이라도, 꽃이 다시 필 날이 있어도, 인무경소년(人無更少年)이니라,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네.

이를테면 인생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비유한다면 지금 나의 삶은 어느 계절에 와 있는가, 어느 계절에 와 있던지 그 순간은 곧 지나간다. 힘든 순간도 지속되지 않으며 행복한 순간도 되지 않고 또 다른 계절로 바뀐다. 그중 봄은 당연 보이는 인생의 청춘 계절이다. 왜냐하면, 가장 혹독한 계절인 겨울을 물리쳐준 인생 계절인 때문이다.

인생도 사계절이 있다는 봄은 소년기, 여름은 청년기, 가을은 장년기, 겨울은 노년기라고 가정한다면 한편으로는 일부 모순되는 점도 있지만, 인생 사계절을 전면 부정할 수도 없다.

인생열차라는 노래에 뒤돌아 갈 수 없는 열차로 인간은 나이 대로 늙어가는 속도를 60세부터 60km, 70세부터는 70km, 80세부터는 80km의 속도로 노령을 재촉한다면 여름인 청춘도 장년의 가을을 만들고 황혼기의 겨울로 쇠퇴하여 인생을 마감하는 것일까….

봄이 와야 씨 뿌리고 가을에야 수확하는 구태의 영농에서 지금은 스마트팜 과학 영농으로 재래식 노지재배에서 가온 하우스 재배와 수경재배 등으로 수요와 공급에 차질이 없는 영농 형태는 봄을 외면한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생동하고 약동하는 봄과 같이 인류 세계의 평화도 함께 인생살이 항상 봄과 같이 화창하고 꽃내음 풍기는 생활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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