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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에 '골프공'…인근 주민 "불안해서 못 살겠다"
마른하늘에 '골프공'…인근 주민 "불안해서 못 살겠다"
  • 류희진 기자
  • 승인 2020년 02월 17일 21시 4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18일 화요일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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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공포에 시달려…해병대 1사단, 해결 방안 모색 중
17일 포항시 남구의 한 골프장에서 사용된 공들이 맞은편 식물원으로 날아와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사진은 수십 년간 날라온 골프공들.

17일 오전 포항시 남구 일월동 한 식물원.

이곳 식물원을 운영하는 A씨는 수십 년째 불안감에 휩싸인 채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길 하나를 두고 맞닿은 포항체력단련장에 조성된 골프장에서 날아드는 골프공 때문이다.

실제로 꽃가게 외부에 마련된 비닐하우스 지붕과 텃밭 곳곳에서는 언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골프공들이 다수 발견됐다.

가게 안에는 최근 몇달 동안 식물원으로 날아온 수십개의 골프공을 모아둔 바구니도 있었다.

A씨는 “지난해 말, 가게에서 업무 중이던 아내의 코앞에 골프공이 떨어지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며 “오죽하면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와 사용하기 위해 안전모까지 마련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지난 1995년부터 수십 년째 이곳에서 꽃 장사를 하면서 골프공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A씨 부부는 가게 앞에 만들어 놓은 정자에 잠깐 앉았다가도 혹시 날아올 공이 무서워 얼른 들어오기 일쑤며 유리창과 화분을 비롯해 가게 조명을 위해 설치한 가로등이 깨지는 일도 다반사다.

17일 포항시 남구의 한 골프장에서 사용된 공들이 맞은편 식물원으로 날아와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사진은 한 식물원에 마련된 안전모.

해당 골프장은 해병대 1사단이 관리하는 민간에 개방된 군 체력단련시설로, 인근 주민이 A씨와 같은 피해를 입을 경우 해병대 측에서 수리비 등 보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골프공을 증거물로 제시해야 하며 피해를 입은 당일 신고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아내와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오거나 명절과 연휴 등 며칠씩 가게를 비워야 할 때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언제 어디서 골프공이 날아와 다치게 만들지 모른다는 불안감.

17일 포항시 남구의 한 골프장에서 사용된 공들이 맞은편 식물원으로 날아와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사진은 식물원에 떨어진 골프공 모습.

결국 지난해 11월 A씨는 국민 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해 관리부대인 해병대 1사단 측으로부터 조치를 내리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A씨는 올 들어 벌써 5개째 골프공을 찾아 보관하고 있다.

A씨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생긴 단골 손님들이‘오늘은 골프공이 넘어오지 않았느냐’고 물을 정도”라며 “예전보다는 비교적 횟수가 줄었지만 결국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해병대 1사단 측은 골프장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관계자는 “먼저, 해군포항체력단련 민원관련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골프공이 안전망을 넘어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용객을 대상으로 사전 안전교육 및 티박스 방향 조정, 월망 위험표시 부착 등의 예방적 조치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또 “현재 식수작업과 월망 시 출입정지 조치, 티박스 상단 그물설치 등 주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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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진 기자
류희진 기자 hjryu@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의료, 환경, 교통,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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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2020-03-25 13:14:54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