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용에 밀려 산업용 생산 감소…포스코 등 대기업도 확보 '난항'
대한상의, 정부에 대책마련 촉구

고령군 다산면 주물공장에 근무하는 A 씨의 방진 마스크가 새까맣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보건용 마스크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보건용 마스크 확보에 주력하면서 산업현장에서 없어서 안 될 산업용 마스크까지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마스크(호흡용 보호구)는 독가스·세균 등이 시각·청각·호흡기에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얼굴을 보호하는 방독마스크와 먼지를 막기 위해 쓰는 방진 마스크가 있다.

이들 산업용 마스크는 각종 공장을 비롯한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생명안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용품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뒷전으로 내몰렸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평소 거래선을 통해 확보해 오던 산업용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 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마스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포항철강공단 기업들의 경우 용광로나 전기로 등 각종 현장근로자의 방진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지만 재고물량 외 추가 반입이 쉽지 않게 되면서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철강생산 대부분 과정에서 산업용 마스크가 필수적이지만 최근 추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외에도 A사와 B사 등 주요 기업들 역시 매일 수백 장의 산업용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기존 확보된 재고량 외 신규 확보가 쉽지 않으면서 물량관리에 들어갔다.

A사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된 물량까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모든 마스크 공장이 보건용 마스크 생산에 힘을 쏟다 보니 사실상 산업용 마스크 확보방안이 막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대규모 구매가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더 급박하게 다가왔다.

5일 고령군 다산면 주물공단 근로자 A 씨는 “분진과 연기가 자욱한 근무 환경에 그나마 근로자들을 지켜주던 마스크까지 공급이 되지 않아 불안이 크다”며 “현재 1주일째 같은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주물공장 분진에 비하면 코로나 19는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의 지옥 같은 환경에 마스크까지 공급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절박함을 알렸다.

특히 “산업용 마스크 유통업체에 문의하니 재고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정부는 일반용(보건용) 마스크에만 매달려 근로자들을 위한 산업용 마스크 부족은 안중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전국 산업용 마스크 제조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 있다”며“제조물량의 문제인지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각종 산업현자에서 산업용 마스크 부족현상이 가중되자 대한상의와 부산상의를 비롯한 전국광역상의협의회 등은 5일 중앙안전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보건복지부 등에 ‘전국 상공회의소 공적 마스크 공급처 지정 요청 건의서’를 전달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상의 등은 산업단지 현장 근로자의 경우 기존 공적 판매처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데다 회사 차원의 대량 방역물품 수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산업용 마스크 공급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포항시는 지난주와 이번 주 포항철강관리공단 기업체에 2만5000장의 보건용 마스크를 공급해 공단근로자 보호에 나섰다.이종욱·권오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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