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미 등 전략공천 반발…예비후보들 재심요청 잇따라
탈당·무소속 출마 확산 전망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연합
미래통합당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대규모 물갈이에 따른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당 일각에선 이번 공천에서 ‘유승민계’ 등 특정 계파 챙기기가 두드러진다는 반발과 함께 일부 지역을 두고 ‘김형오 사천(私薦)’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현역이 대거 ‘물갈이’ 칼바람을 맞은 대구·경북(TK) 지역은 당의 정책과 이념에 상반되고 지역민들에게 전혀 생소한 인물이 공천을 받으면서 당원들은 물론 지역민까지 “모멸감을 주는 전형적 막장 공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구지역에 ‘낙하산 인사’로 확정된 달서갑의 이두아(전 18대 국회의원)·북구갑의 양금희(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후보는 김형오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과의 친분으로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 경선지역으로 발표한 대구 동구 갑·을은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위해 헌신하며 상당수 당원을 확보하고 있는 후보(김규환 의원)를 컷오프하고 최근 바른미래당에서 복당한 인사들과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골라 경선을 붙이면서 복당파를 위한 ‘맞춤형 경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공관위 측은 “사천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입장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공천작업이 국민의 지상명령이었던 뼈를 깎는 인적혁신, 원칙 있는 통합의 결과물이었는지 국민께서 냉정하게 평가해주실 것”이라며 “TK 공천에서 여성 후보 네 분이 공천을 받았거나 경선에 들어간 것은 유례없는 최초의 사건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여성·청년층을 위해 영남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를 비롯한 TK에서는 김형오 위원장과 일부 공관위원들이 “사천보다도 더한 ‘막천’으로 원칙과 공정성을 상실한 ‘칼질’을 감행했다”고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보수 텃밭에서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혈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원칙 없는 공천에 반발하는 TK 현역들의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 지도자급 인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은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감이 겹친 ‘막천”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 바로 잡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김형오 위원장으로부터 수모와 모욕을 참아가면서 면접을 당하기도 했고 당내 특정 세력들로부터 경쟁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음해도 수차례 받기도 했다”며 “40여일 간 모욕과 수모를 주면서 내팽개친다는 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이 할 도리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저는 300만 당원들이 눈에 밟혀 지금은 탈당할 수가 없다”면서도 “이번 공천에 대해 중앙당이 조속히 답을 주지 않으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공관위의 수도권 출마 요청을 거부해 ‘공천배제’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처럼 TK와 영남권 현역을 중심으로는 컷오프(공천배제)에 반발하는 공천 후폭풍이 확산되면서‘무소속 연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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