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동안에 터진 것이 어떻게 보면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세계 대공황을 집중 연구한 경제학자였기 때문이다.

버냉키는 2002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있을 때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져들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을 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 별명에 걸맞게 2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시장에 뿌려 미국 금융시장을 벼랑 끝에서 건져내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경제가 얼어붙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헬리콥터 벤’의 이론대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1조 달러, 한화 약 1245조 원 규모의 현금을 살포하는 경기 부양책을 제시했다. 국민 1인당 1000달러(124만 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가구에 5월부터 현금을 지급하는 ‘현금 급부’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가구당 20만 엔(약 220만 원)~30만엔(340만 원) 정도를 지원하는 안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도 경쟁하듯 ‘현금 살포’를 공언하고 있다. 정부가 51조 원을 풀어 ‘재난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 주겠다고 했다. 지급 기준을 놓고 이론이 많지만 실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 등이 내놓은 대대적 현금지원책을 경제학자들은 ‘헬리콥터 머니’라 한다. ‘헬리콥터 머니’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9년 ‘최적 화폐 수량’ 논문에서 사용해 유명해졌다.

국민에게 회사원 한 달 월급도 채 안 되는 100만 원씩을 준다는 ‘한국형 헬리콥터 머니’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볼에 붙은 밥’이다.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매표 행위로 보일 뿐이다. 부도 위기의 기업이나 소득이 끊긴 개인 등 보다 더 절박한 곳에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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