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은 단단하게
빛나는 것이 사라진 후
아련한 향기를 맡고
아쉬워한 날이 많았어요
머뭇거리다 놓치는 게
어디 사랑뿐일까요
아차, 하는 순간에
뭐든 놓치게 되니
성서의 뱀처럼 지혜롭고 싶어요
전 생애를 걸듯이
빛나는 순간, 잠시 멈춰
재스민 꽃향기도 깊이 음미했어요
코끝에 걸린 세상이 향기롭게
이승과 저승을 연결시키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냄새
내가 나일 수밖에 없는 오늘

저렇게 꽃핀다는 건
전 생애를 거는 거겠죠


<감상>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시절이 지난 후에 늘 후회하게 마련이죠. 사랑도 다 때가 있는 법인데 향기로만 남아 있으니 어찌 아련하지 않겠어요. 이제 머뭇거리지 마세요. 꽃 피는 순간 그 향기에 취하듯, 지혜롭게 그 사람의 체취를 영원히 음미해 보세요. 냄새는 원초적이고 최후까지 남아있는 감각이므로 생사를 뛰어넘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요. 나무가 꽃을 피우는 건 봄철이 아닌, 전 생애를 부릴 줄 아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죠. 순간을 영원까지 이어주는 생명의 순환 속에 우리와 나무가 놓여 있는 셈이지요.(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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