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국회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기 처리를 놓고 여야 간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정지 표지판이 놓여 있다. 연합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확대 여부를 놓고 ‘네탓’공방만 벌이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를 위한 논의조차 벌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 지도부 공백 상황으로 인한 공식 원내대표 회동조차 열리지 못하면서 구체적인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에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 내부 사정까지 고려하면 이번 국회 회기 내 추경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2일 통합당을 향해 “지원금 지급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혀라”고 압박에 나섰고, 상황 변화에 따른 일부 전략 수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간판 공약을 선거가 끝났다고, 또 패배했다고 모르쇠하는 건 통합당에 대한 정치불신만 크게 증폭시킬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에 대한 당론이 무엇인지 최종적 입장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통합당의 공식 입장이 분명히 확인되는 대로 지금 상황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빠른 길을 찾겠다”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렸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100% 지급 공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곧장 국회 논의에 착수하고 정부도 본격적으로 설득하겠지만, 70% 지급으로 입장이 바뀐 것으로 확인되면 금명간 이에 맞는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상황에 따라 일단 정부안대로 70% 지급을 수용하고 추후 보완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우선인 만큼, 교착에 빠진 원내 협상 상황을 풀기 위해 지급대상이나 지급액을 조정하는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반면, 통합당은 당정간 재난지원금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오는 것이 먼저라며 현재의 교착 정국의 책임이 여당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와 국정을 책임질 여당이 엇박자내는 현재 상황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최대한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고, 이를 위한 재원조달은 미래세대에 빚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인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식이 되선 안된다고 이야기해왔다”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을 통한 전국민 지급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미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이 있는 상황에서는 설사 전국민 지급을 논의하게 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합의된 예산안을 만들어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나서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심 권한대행은 통합당이 선거 때 ‘1인당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가 말을 바꿨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통합당은 예산 증액없이 100조 원을 마련하자는 것이었고, 여당은 국채를 발행해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핑계를 통합당으로 돌려 말을 바꾸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더이상 우리탓, 미래통합당 탓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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