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김진혁의 I Love 미술] 5월, 서예가 소헌(素軒) 김만호(金萬湖)
[김진혁의 I Love 미술] 5월, 서예가 소헌(素軒) 김만호(金萬湖)
  •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 승인 2020년 05월 13일 16시 5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14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나간다.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수많은 찰나 속에 스치는 만남과 헤어짐이다. 많은 인연들 중 잊지 못할 스승님이 계신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50여 년간의 인과 연을 이어오게끔 만들어 주신 분이다. 일찍이 영남서예계의 거목으로 한국서예문화 창달과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신 소헌 김만호(1908~1992)선생 이시다.

스승님은 경북 의성군 사곡면에서 출생하셨다. 어린 시절 상주로 이주하여 창랑 김희덕 선생으로부터 서법을 지도받았다. 3·1운동이 일어난 해에는 김도원 선생에게 한문을, 이시발 선생에게는 사서를 배웠다. 1925년에는 부친의 권유로 한의학을 시작하여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의 한약제조법을 학습하였고 이어 사상의학과 침술을 수련하였다. 23세에 상주에서 한약종상으로 개업하였다. 1937년 한의사자격 시험에 합격하여 상주한의원으로 이전 개업하였다. 1943년 일본 오사카 서도전에 입선을 하여 서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1944년 일제에 항거하여 ‘비국민법’에 저촉되어 심한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셨다. 8·15광복과 더불어 사회활동을 시작하였고, 6·25전쟁 이후 상주에서 대구 신천동에 중화의원으로 개업하였다. 1955년 다시 한의사자격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그 이듬해 방천시장 입구에 상주한의원을 개원하였다. 이즈음 1957년 선생의 당호인 봉강(鳳岡)을 명칭으로 봉강서실을 개원하여 일평생 무료로 서예를 지도하였다.

경북한의사협회 회장에 피선되었고 한국서예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1966년에는 ‘흉중유서’의 유공권서체를 변용한 소헌 해서로 국전에 특선을 하였다.

1968년 제1회 봉강서도회전을 경북공보관화랑에서 개최하였고 1969년 대구공화회관화랑에서 김만호 서예전을 열었다. 이어서 1971년 경북문화상을 수상하였다.

2014 소헌미술관 개관.(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는 봉강서당에 입회하여 서법정전의 기초를 지도받았다. 매일 오후 시간부터 저녁 늦게까지 중국 당나라시대 4대 가인 안진경, 구양순, 유공권 등의 서법을 임서하였다. 대다수 나이 드신 분들 속에 어린 청소년이 필법을 궁구하기 위해 화선지에 한 획 두 획 써내려간 것이 엊그제 같다.

불편하신 몸으로도 항상 온화한 미소를 띠우며 당신께서는 매양 서예를 지도하시고 연마하신 모습이 어른거린다. 제자들의 기쁜 일에 환한 웃음을 주시며 인자하신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1976년 ‘소헌 김만호 상주귀향전’을 시작으로 일본개인전 개최, 제1회 영·호남서예교류전을 광주의 송곡 안규동 선생의 필진회와 공동개최하여 한국서예계에 성과를 드날렸다. 1978년 서울견지화랑 개인전, 1981년 한국현대서예 10대 작가 선정, 1983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1987년에는 신문지상에 ‘나의회고’가 30회 연재되었다.

이렇게 한국서예발전에 기여하시다 1992년 3월 5일에 영면하셨다. 선생을 흠모하였던 수 많은 문하생들이 상여의 뒤를 따랐다. 삼베 두건과 띠를 한 스승을 위한 사복의 제자들은 산자락에서 선생의 훈도를 새겼다. 이후 1993년 대구망우당공원 입구에 ‘소헌 김만호 예술비’가 건립되었다. 2014년에는 자제인 건축가 김영태 교수와 장경선 관장에 의하여 소헌미술관이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개관되었다.

개관기념으로 탄신 106주년 기념 ‘소헌 김만호서전’이 개최되어 지역 서예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하였다. 서도는 기교에 치우치지 말고 어리적하게 본질에 충실하라는 말씀이였다. 일생을 당신께서도 “서예는 예를 지나 도에 이르니라”라고 하셨다. 즉 서도를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는 ‘도’라고 하셨다. 삼가 선생님의 서도정신을 다시 새겨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