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인은 명쾌하다.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정통하고 소신과 주장이 분명하다. 기자가 마이크만 갖다 대면 일사천리로 현안을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대안을 제시한다. 오랜 시간 정치적 활동을 통해 교육되고 단련된 정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정치와 무관한 일을 하다 갑자기 정치권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젊을 때부터 정당에 가입, 활동하면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제시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정치술을 지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연방하원의원이 되기 위해선 보통 10년 이상 당 대표, 장관, 총리가 되기 위해선 20년 이상의 정치경력을 쌓아야 한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이미 장기간에 걸쳐 여러 형태로 검정 된 인사들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청문회서 도덕적 결여로 시비할 필요가 없다. 독일 총리들은 모두 이른 나이에 정치권에 진입한 정치고수들이다. 빌리브란트는 16세, 헬무트 슈미트는 27세, 헬무트 콜은 16세, 메르켈 현 총리는 14세에 정당에 가입해 정치술을 익혔다.

정치인들의 전문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청소년 때부터 정당 활동을 통해 전문성이 길러진다. 한국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돈이 있거나 학식이 있거나 어떤 분야에서 유명세가 따르면 누구나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한다. 정치인의 전문성을 무시한 결과 의회 활동에서 그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이 속한 진영을 대변하는 데는 혈안이 돼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상대 진영과 협상하고 타협하는 데는 거의 멍텅구리 수준이다.

정당 활동 경력보다 코드가 맞는 패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무능력자들로 국민에 낙인 찍혀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밑바닥인 이유도 서로 논의해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정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독일 같으면 의원이 되지 않거나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정치판을 활개 치면서 선거에만 이길 수 있다면 옥석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영입, 잡동사니 정치판으로 만들었다. 부동산 불법투기로 당에서 제명된 ‘양정숙 현상’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어쩌다 국회의원’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