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가는 긴 우회로
달빛이 깔렸다.
밤은 에테르로 풀리고
확대되어 가는 아내의 눈에
달빛이 깔린 긴 우회로
그 속을 내가 걷는다.
흔들리는 남편의 모습.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메스를 가아제로 닦고
응결(凝結)하는 피.
병원으로 가는 긴 우회로
달빛 속을 내가 걷는다.
흔들리는 남편의 모습.
혼수(昏睡) 속에서 피어 올리는
아내의 미소.(밤은 에테르로 풀리고)
긴 우회로를
흔들리는 아내의 모습
하얀 나선 통로(螺旋通路)를
내가 내려간다.


<감상> 수술하게 된 아내에게 가는 우회로는 남편의 불안과 초조한 마음이 깃든 길입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시간들은 불안이 가득한 달빛으로 깔리고, 밤은 휘발적으로 흘러갑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아내가 미소를 던지자 남편의 마음과 어둠이 풀립니다. 아내의 병든 삶도 흔들리면서 긴 후회로를 거쳐 왔을 겁니다. 부부 중에 하나가 병이 들면 서로 철이 드는 걸까요. 미우나 고우나 소중한 사람으로 남은 생을 다독거리며 살아갈 수 있겠지요.(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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