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바다는 푸르다·L'océan est bleu’를 ‘루시엥 에 블루’라 발음한다. 독일어로는 ‘Das Meer ist blau’로 ‘다스 메르 이스 블라우’로 발음한다. 사교적 언어라는 프랑스어가 분명히 부드럽게 발음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불어에 비해 독어 발음이 각지고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글에선가 이런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비교하면서 그 나라 국민의 체질 변화까지 거론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발음의 방식 때문에 수 천 년 간 사용하다 보면 체질 변화가 온다는 주장이었다. 불어는 호흡을 끌어들이며 발음하는데 비해 독어는 내뱉으며 발음하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체질이 독일인보다 왜소해졌다는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독일인의 평균 키보다 프랑스인의 키가 작다. 조사에 의하면 독일인 남성 평균키가 180.3㎝인데 비해 프랑스는 177㎝다. 한국인 남성의 평균키가 175㎝인 것에 비해 불과 2㎝ 더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어의 발음 특성 때문에 체질이 바뀐다는 것은 쉬 수긍하기 어렵다.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키는 184.8㎝이고, 영국인은 176.7㎝다. 영어 발음이 호흡을 끌어들인다고 볼 수 없는데 영국인의 평균키가 프랑스인의 평균키보다 오히려 작으니 말이다.

최근 언어의 발음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었다는 황당 주장이 나왔다. 일본의 TBS 방송사는 일본이 미국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것은 ‘침이 덜 튀는 일본어 발음 덕분’이라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내 국제적 토픽이 됐다. 이 방송사는 실험자가 ‘이것은 펜입니다’를 각각 일본어 ‘고레와 펜 데스’와 영어 ‘디스 이즈 어 펜’으로 발음하는 영상까지 방송했다. 일본어로 말할 때보다 영어로 말할 때 입 앞에 가져다 댄 휴지가 더 심하게 펄럭이는 모습이었다.

비과학적인 방송 내용이 알려지자 SNS를 통해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 비판과 조롱이 이어졌다. 해당 장면을 패러디 해 일부러 ‘펜’ 부분을 격하게 발음해 휴지가 멀리 날아가게 하거나 심지어 영어로 ‘펜’ 발음을 할 때 지구가 폭발하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블루를 잠시 잊게 하는 좋은 웃음거리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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