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환 변호사
금태환 변호사

조선시대 한 공직자가 있었다.

그의 고향 집은 영남 산청이었고 한양 사간원이 그의 직장이었다. 고향 집에는 부모님과 아내가 살고 있었다. 그가 마침 산청에 출장을 갔는데 그는 고향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한양으로 돌아왔다. 주위 사람이 매우 궁금해하였다. 출장지 바로 옆에 있는 고향 집을 들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산청에 간 목적은 공무이고 내가 고향 집에 들르면 사무를 본 것이 된다. 공무를 보러 간 사람이 사무를 보면 되겠는가.

대학시설 권장도서 중 하나인 ‘한국인의 인간상’이라는 책 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장면을 읽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이런 바보가 있나. 공무 중 휴식시간도 있고 휴일도 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니라 주 전일 24시간 근무제란 말인가.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공직자도 있구나. 그때의 감명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공직자는 청렴결백하다는 말로도 모자라는 사람이다. 오히려 청렴결벽하다고 해야 할까.

요즈음의 세태는 어떠한가. 감독과 견제가 더 많아졌으니 제도상으로는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세만으로 볼 때 위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의 자세는 그 시대 사회 구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재 공직자의 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큰 요소는 선거와 승진문제이다.

현재 공직자의 관심은 다음 선거에 있다. 어떻게 하면 다음 선거에 당선될까, 권력을 유지할까.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까. 정책이나 인사가 모두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이나 더 큰 공익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거기에 선거제도의 맹점이 있다. 공직자들은 선거에 유리하게만 움직인다. 선거제도에 여러 약점이 있음에도 선거 이외의 더 나은 방법이 없는 차선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현재에 있어서 공무원제도가 너무 선거에 휘둘리는 감이 있다.

다음은 승진이다. 공직자가 승진을 포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승진제도가 없다면 공직자 원동력의 태반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승진 때문에 공무원은 윗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외적 요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키며 공직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필자가 감히 말한다면 그것은 자존심 아닐까. 어떠한 경우라도 공직자로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것,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한계는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일이다.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 승진 때문에 아쉬운 소리하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의 이익만을 위해 정책을 바꾸는 것, 상사의 토지 때문에 도시계획선을 바꾸는 것은 없어져야 되지 않을까. 득표 때문에 평등이 크게 해쳐지는 처분을 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공직자가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관성이 있어 자신이 그렇게 계속 주장해 가면 나중에는 정말 자기가 그런 줄 알게 된다. 그러니 공직자로서는 조심, 또 조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지켜 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 해먹기 어렵다고 했는데 정말 공직자 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