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2020년 5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G7 확대 의사를 밝힌 후, 6월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G7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G7에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회원국” “확대된 G7 회원국은 세계를 이끄는 리더 국가” “방역과 경제 부문에서 한국의 역할” 등을 언급하면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과연 청와대의 주장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 국익에 부합될까? ‘중국 길들이기’로 집약되는 미국의 의도를 추적해 보면 금방 해답이 나온다.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손실, G7 확대기구의 회원국으로서 부담해야 할 의무, 미국의 국제주의에 참여압박 등과 같은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중국은 1950년대 말부터 소련과 이념 갈등을 빚다가, 1970년대에 미국을 등에 업고 소련과 공산주의 패권경쟁을 벌였다. 1971년 7월 9~11일 키신저 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했으며, 1971년 10월 25일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도움으로 대만을 추방하고 중국의 대표권을 확보했고, 1972년 2월 21~27일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으며, 1979년 1월 1일 미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은 거대한 선진국, 중국은 거대한 개도국”이라는 판단에 미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1980년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1990년대의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2000년대 화평굴기(和平?起·평화롭게 우뚝 선다)라는 외교기조가 이를 증명한다. 이때만 해도 미국은 중국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시진핑 시대에 외교기조는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로 바뀐다. 2019년 기준 국방비는 261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이다. UN의 일반예산 12%, 평화유지군 예산 15% 분담국가로 역시 세계 2위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 경제벨트) 전략으로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형성하려 하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아시아 개발과 금융마저 틀어쥐려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위상에 도전하는 국가로 변화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국가보조금과 환율조정 등을 이유로 시작한 대중 무역전쟁, 코로나의 중국책임론, 홍콩보안법 통과에 대한 보복인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철폐선언’ 등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다. G7의 확대구상은 중국 주변 강대국을 포섭하여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작전에 참가하면, 중국으로부터 무역과 남북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한국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2017년 한해 약 8조5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2017년 5월 3일). 현재도 사드보복이 진행 중인데, 또다시 쓰나미급 경제보복이 추가되면 한국경제가 견뎌낼지 의문이다. 남북관계도 타격을 받는다. 중국은 북한의 이념적 종주국이며, 경제적 의존국가이다. 특히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2019년 기준 95.2%에 달한다.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UN 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핵무기 증강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확대된 G7의 회원국으로서 부담해야 할 비용과 미국의 국제주의 동행도 문제다. 미국 주도의 서방국가들이 적대국에게 부과하는 경제봉쇄에 가담하는 부담은 만만찮다. 1989년 텐안먼사태 때 서방 7개국이 ‘대중국 무역금지’와 ‘무기판매금지’를 단행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전쟁비용도 분담해야 한다. 2003~2011년 이라크 전쟁 때 G7 회원국 대부분이 미국에게 막대한 전쟁비용을 제공했다.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사라진다. 미국이 2020년 방위비 분담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내세운 이유가 “한국은 잘사는 나라”였다. 한국이 확대된 G7 회원국이 되면 주한미군 분담금의 대폭 인상할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대리인으로 미군의 역외훈련비용과 아시아 방위비까지 분담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G7의 확대에 참여해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확답했다. 여기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절차위반이다. G7의 확대 회원국에게 다양한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여기에 참여는 국제조약에 버금가는 결정이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미숙한 외교정책 판단능력이다. 현 상태가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이라는 국제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다. 친미반중의 줄서기가 초래할 결과도 도출하지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옥죄기 전략이 기존 회원국의 반대 등으로 자연스럽게 폐기되면 좋겠지만, 그대로 진행된다면 발을 빼기가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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