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공자(孔子)가 태산에서 노닐다가 영계기가 들판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남루한 갖옷에 새끼로 허리를 두르고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자가 “선생께서는 즐거워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니 영계기의 대답 왈 “나는 즐거움이 매우 많습니다. 첫째, 하늘이 만물을 낼 때 그중에서 사람을 제일 귀하게 하였는데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즐겁습니까. 둘째, 남자와 여자 중에 남자가 더 높다고 하는데 나는 남자로 태어났으니 즐겁지 않습니까. 셋째, 태어나서 강보에 싸인 채 해와 달도 못 보고 죽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이미 아흔 살이니 얼마나 즐겁습니까. 넷째, 가난한 것은 선비에게 늘 있는 일이요,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니 평범하게 살다가 갈 수 있는 것이 즐겁지 않겠습니까.”하고 말하니 공자가 “능히 스스로 깨달아 여유를 지닌 사람이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남존여비란 말이 시작되었다.

영계기의 말에는 꼭 남존여비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거리낌 없는 자유로운 삶 자체가 즐겁다는 뜻이겠지만 그 당시 사회적 통념이 남자를 우선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부장제의 전형적인 성격은 우선 가족 내에 형성된 가부장권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특징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지배권이라 할 수 있다. 가족 내의 모든 문제가 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처리된다.

두 번째 특징은 가산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이라 할 수 있다. 가장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상속재산은 물론, 자신이 취득한 재산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며 처분할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가족의 영속성을 실현할 가계 계승권이다. 가장은 조상숭배 및 가통을 계승시킴으로써 가족의 영속성을 보존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여성들이 아이를 덜 낳게 되고 가전제품의 발달로 가사노동에서 해방됨에 따라 경제적인 조건이 변화되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가질 수 있는 직업들이 대부분이다. 서비스 업종이 다양화되면서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아졌다. 경제활동 면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주 중에 산에 가면 4분의 3이 여성이고, 식당에 가면 거의 여성들이다.

나 자신이 2남 2녀의 자식을 두고 있다. 생일이나 어버이날에 찾아오는 것도 딸들은 눈치 보는 것 없이 찾아오고 선물을 준다. 그런데 아들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사회제도나 통념상으로 아직 완전한 남녀평등이 덜 되었다고들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여성들이 잡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은 내각책임제 하의 왕이나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대접에 만족하듯이 가장이라는 허울에 만족하며 입 다물고 사는 것 같다.

입센의 ‘인형의 집’. 결혼반지를 남편에게 돌려주고 3명의 자식들을 남겨 둔 채 집을 나간 노라. 인형과도 같은 아내의 자리를 던져버린 노라. 아내이자 여자이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인간이고 싶다.”고 자각한 노라. 여성 해방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인구에 회자된 지 130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전세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농담이긴 하지만 남존여비란 “남자란 존재는 여자에 의해 비참해진다.”는 자조적인 말이 돌더니 요즘은 “남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남성 우월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어진 것이 사실이다.

남존여비, 남녀평등, 여성우월을 떠나 남성이 여성을 존중해주고, 여성은 남성을 존중하는 사회,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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