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서울시 중랑구 사가정로에 위치한 사가정역은 조선시대의 문신 서거정의 호인 사가정(四佳亭)을 인용하여 명명되었다. 지하철 7호선이 지나는 장소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대구에는 조선 초기 영남의 대표인물로 잘 알려진 서거정을 기념하는 도로나 공원 등은 전무하다.

며칠 전 학강미술관에 대경연구원 소속 지인들이 방문하였다. 그 중 한 분이 “서울은 충무로, 을지로, 퇴계로 등 한국의 위인들을 기념하는 도로명이나 장소도 많은데 이곳 대구는 전무 합니다.”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대구시와 관련된 역사인물로는 통일신라시대의 천재 고운 최치원을 시작으로 고려 태조왕건과 이규보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서거정, 박팽년, 김굉필, 곽재우 등 많은 인물들이 있다. 조선 말기에서 근대에 와서는 수운 최제우를 포함하여 김광제, 서상돈 등이 있고, 문화예술계 인물로는 서병오, 이상화, 현진건, 이인성, 이쾌대, 박태준, 권태호 등 많은 거장들이 있다. 현대로 넘어오면 대구를 벗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인물로 삼성의 창업자 호암 이병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두 거인이 대표적 인물로 거론된다.

이러한 위대한 역사적 인물들을 상징하는 도로나 지명을 덧붙여 사용하면 어떨까? 가까운 이웃 중국이나 일본의 여러 도시를 가 봐도 지역과 관련된 위대한 인물상을 공원이나 도로 곳곳에 세워서 이와 관련 있는 스토리를 기념하고 홍보하여 시민들과 함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의 대표도시인 런던이나 파리 등의 여러 선진도시도 마찬가지다. 멋진 조형물, 인물상, 가로등, 교량디자인 등 이러한 것에 미술의 옷을 입혀서 관광객들로 하여금 다시 찾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템즈강이나 센 강이 좋은 예이기도 하다.

잘못 조성된 달성공원 정문앞의 순종 전신상.

하지만 우리 대구에는 두류공원의 산기슭에 가야만 몇몇 대구와 관련된 위인과 예술가의 기념비나 인물상이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대다수 대구시민들은 이곳에 이러한 동상이나 모뉴멘트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그런 연유로 지면을 통하여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대구중심 반월당에는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를 상징하는 현대적 모뉴멘트를 제대로 조성하여 보자. 1964년 달성공원에 순도 100주년에 세운 최제우 동상과 연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을 직접 알려서 조선왕조시대에 미래로 나아간 평등사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어서 대구오페라하우스에 건립된 호암 이병철 동상은 위치나 규모에서 너무 아담하여 대구삼성의 세계적 콘텐츠를 알리는데 아쉬움이 따른다. 삼덕로터리 옆 옛 대구사범학교 건물터인 사대부고 자리의 돌에 새겨진 박정희 친필글씨가 비석으로 조성되어있다. 이것 또한 제대로 알리고 홍보하자. 공과는 역사에 맡기고 경제개발 및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현대적 조형물을 대구의 관문 동대구역 광장에 조성해보자. 여기에는 지역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상징 박정희와 이병철의 이미지 조형물을 남겨, 대구를 넘어 세계로 나아간 그들의 자취를 기억하자. 외지인이 대구의 관문에 첫발을 내디딜 때 세계의 기업 삼성의 출발이 이곳이고,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든 박정희라는 한국대표 인물과 대구라는 분지의 남쪽 큰 도시를 기억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 동상이나 흉상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공과 중에서 치적의 이미지를 잘 뽑아내어 미래를 향한 조형물이면 좋겠다. 그 외에도 가령 새로 조성되는 대구미술관 옆, 대구간송미술관 입구에 민족미술의 거장인 석재 서병오의 상징 조형물을 세워서 대구미술의 위대한 역사를 알리고 싶다. 추가로 현재 달성공원 앞에 조성된 순종인물상과 관련된 어갓길은 잘못 계획된 대표적 다크투어리즘의 실패작이라 빠른 시일에 순종전신상은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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