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신분이었던 A씨(53)는 2014년부터 내연관계로 지내던 B씨(52·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았고, 지난해 8월 13일 결별했다.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을 통해 염산 400㎖를 샀다. 송곳과 가스총, 28㎝ 길이의 회칼도 구매했다. 차량에 보관하고 있던 57㎝짜리 육각렌치 손잡이를 테이프로 감아 무기로 만들었다. 그는 B씨가 다른 남자와 있으면 그 남자를 제압하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도구를 준비했다.

지난해 9월 10일 오전 9시께 실행에 옮겼다. 체육복 윗도리에 회칼과 가스총을 넣고 경북 의성군에 있는 B씨의 식당에 찾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도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화를 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옷깃을 닦아주는 B씨의 배를 회칼로 찔렀다. B씨가 소리를 지르며 물러나자 2차례 더 찔렀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B씨에게 “살고 싶은데 인생을 더럽게 사나?. 넌 칼 맞을 팔자”라면서 옆구리와 목을 또 찔렀다. B씨는 한 달 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는 범행 나흘 전 B씨의 승용차 앞 범퍼 아래쪽에 위치 추적기를 붙인 뒤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위치정보 앱을 통해 B씨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피해자가 구조될 경우를 대비해 자물쇠로 범행 장소 출입문을 잠갔고, 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가 곧바로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김연우 부장판사)는 11일 살인,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겪었고, 한 달 동안 치료를 받다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고, 유족 역시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할 필요성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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