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 콤플렉스는 사람을 나락에 빠뜨리기도 하고, 미치게도 하고,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콤플렉스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인물이다. 순수 혈통을 강조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는 이민족 출신이었다. 그는 열등한 혈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불같은 야망으로 대제국을 건설했다.

조선 시대는 양인과 천인으로 구분하는 신분사회였다. 양인은 다시 양반·중인·상민으로 나뉘어 천인을 포함한 네 범주의 신분으로 구분됐다. 이런 시대에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는 7세 때 무수리로 궁에 들어와 숙종의 후궁이 됐다. 성군으로 불리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것이 이 같은 혈통 콤플렉스 때문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콤플렉스는 무의식 중에 인간 행동을 좌우하는 복잡하게 얽힌 에너지다. ‘마음속의 응어리’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에서부터 가난이나 학력 콤플렉스, 난제들을 단번에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메시아 콤플렉스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알렉산드로스나 영조의 경우처럼 혈통 콤플렉스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북한 김여정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 한미군사훈련보다 위험하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향해 ‘쓰레기’, ‘똥개’ 등의 거친 표현으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보인 데는 대북 전단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 백두혈통 우상화를 위해 김정은이 영하 30℃가 넘는 백두산에 올라 백마를 타고 달리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는데 모두 허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으로 인해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북송선을 타고 간 김정일의 기쁨조였다는 사실이 북한에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영희가 낳은 김정은은 ‘백두혈통’이 아니라 ‘후지산 혈통’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혈통 콤플렉스 때문에 진짜 백두혈통인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했다. 전단 살포도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인 혈통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이다. 혈통 콤플렉스는 인간을 미치게 하기도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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