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현재 등록돼 있는 정당은 45개나 된다. 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등록됐던 정당 수가 100개를 훨씬 넘는다. 평균 존속기간이 3년이 조금 더 된다. 보수의 성골이라 자처하는 미래통합당은 1951년 자유당을 그 뿌리로 보면 당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자유당> 공화당(1963)> 민주정의당(1981)> 민주자유당(1990)> 신한국당(1995)> 한나라당(1997)> 새누리당(2012)> 자유한국당(2017)> 미래통합당(2020)등 숨가쁜 변천사다.

미래통합당의 계보를 이은 당은 1990년 이후 자주 당명을 바꿨다. 2004년 한나라당 시절에는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당 지도부 전원이 천막당사로 옮겨갔다. 반성하고 자숙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8년만인 2012년에는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비대위를 출범, 15년 가까이 사용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그러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다시 입지가 좁아지면서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반성과 개혁을 다짐했다. 하지만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 당사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머리를 조아리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은 다시 2020년 2월 17일 새로운보수당 등과 함께 미래통합당으로 합당하면서 소멸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또 당명 변경의사를 내비쳤다. 홍준표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약칭인 ‘미통당’의 ‘미통’은 법조에서 ‘미결통산(未決通算)’의 약자로 형사 판결을 선고하면서 판결문마다 ‘미결통산 일수 며칠’이라 표기할 때 쓰는 용어라며 오랜만에 두 사람이 맞장구쳤다. 곧 미래통합당의 당명이 바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바꾼다고 떠난 민심이 돌아올 리 없다. 얄팍한 국면전환용 분식(粉飾)으로는 어림없다.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면 바꿔봤자 또 바뀔 것이 뻔하다. 영국 보수당은 186년, 미국 공화당은 16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도 이제 100년 정당 하나쯤은 나와야 한다. 흔들림 없는 보수의 가치와 정치 철학을 담은 당명을 짓고 그 당을 가꿔가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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