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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고대의 협곡 선로 차마고도
[경북포럼] 고대의 협곡 선로 차마고도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20년 07월 06일 16시 29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07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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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철마는 ‘쇠로 만든 말’이란 의미로 기차를 비유한 단어다. 하고많은 동물 가운데 왜 마필을 선택해 빗댔을까. 빠르기로는 치타가 있고 힘으로는 코끼리도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육상의 도구였던 말을 대체해 등장한 교통수단이 바로 기차인 탓이다. 인류사에 미친 ‘에쿠우스’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동력을 나타내는 실용 단위로 ‘마력’이 사용될 정도다. 말 한 마리의 힘에 해당하는 일의 양을 표시한다. 옛날 전투에 나가는 말에다가 갑옷을 입혔다. 적군의 창이나 화살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를 ‘마갑’이라 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 고분에서 제법 출토된다. 마갑을 착용한 말은 철마라 일컬을 만하다. 생각건대 말과 열차의 메타포는 탁월한 어휘의 선택이다.

중국을 여행할 때에 유의할 글자가 있다. 우리가 쓰는 한문이 중국에선 엉뚱한 사물을 가리키는 경우가 생겨서다. 주점이나 반점, 기차란 어휘가 그러하다. 특히 중국어 기차(汽車)는 한국의 버스를 뜻한다. 그들은 기차를 ‘화차’라 칭한다.

실제로 나는 한바탕 촌극을 겪었다. 지난해 충칭에서 청두를 가고자 기차역을 찾아갈 때였다. 충칭북역으로 갔더니 여기는 남광장이니 북광장으로 가라는 안내원. 티켓을 면밀히 확인치 않은 잘못을 후회했다. 도보로 이삼십 분 걸리는 거리.

시간상 여유가 있길래 돈을 아끼기로 작정했다. 이른 아침 배낭을 메고 헐레벌떡 뛰는 모양새라니. 멀리 한자 간판이 보였다. ‘충칭북역 북광장 기차점’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저건 기차역이 아니라 버스역이라고. 화차점 간판은 도통 보이질 않았다. 콩닥대던 새가슴. 혹시 일이 어긋나면 열차를 놓치고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싶어서다. 다행히 버스역 옆에 기차역(화차점)이 있었다.

언젠가 KBS는 ‘차마고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 이는 상인이 마필을 이용해 중국의 차와 티베트 말을 교역하고자 오가던 옛길에서 유래한다. 실크로드보다 이백 년 이상 앞선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존재한 무역로.

차마고도를 걷는 호도협 트레킹은 지구적으로 유명하다. ‘론리플래닛’이란 책자는 세계 3대 트레킹 코스의 하나로 선정했다. 하바 설산 허리 2천 미터 높이에 마방이 만든 좁은 산길 보행 탐방. 오른편 옥룡 설산을 바라보며 진사강 협곡을 걷는 일박 이일 여정은 장쾌한 행복감을 안겼다.

말을 타고서 오르는 여객도 보았다. 가격은 150위안. 한국인 유학생이 탔길래 물어보니 무서워서 혼났다고.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한순간 실족이라도 하면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 내가 보기엔 동물 학대가 따로 없다. 헉헉대는 녀석을 보니 안쓰러웠다. 누군가에겐 생계의 방편이나 유쾌하진 않았다.

문화는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은 진리다. 차마고도를 걸으면서 방울 소리 울리는 말들과 철마가 연상됐으니 생뚱맞다. 그 가파른 소로는 고대 말들이 다녔던 선로. 소위 요즘의 협곡 철로라는 느낌이 들었으니 신기하다. 그것은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처럼 조서지로를 누빈 말들의 궤도였다.

최근 경북 도내 철길이 통과하는 11개 시군의 단체장 모임이 있었다. 자신의 지역에 대한 다양한 요구 사항들. 개인적 의견이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절된 포항∼강릉 구간 동해중부선 연결이 아닐까. 어쩌다 관광용 지도를 펼치면 고속 국도든 철도든 동해안 방면이 제일 열악하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측면에서 힘을 모으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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