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국가대표를 지낸 최숙현 선수가 트레이너와 감독 등으로부터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고질적 체육계의 인권침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학교 체육과 선후배 간의 구타 등 그간 수많은 체육계 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났지만 또 다시 인권침해 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숙현 선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는 것이 최 선수의 죽음으로 증명됐다. 지난해 체육계 미투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혁신의 노력을 해 왔다는데 도대체 무슨 혁신을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항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6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또 다짐했다.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문책은 물론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미투 사건 때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등은 앞다퉈 반인권적 체육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짐도 잠시, 끔찍한 사건이 터지자 또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고 한다. 이제 이 같은 정부와 국회 등의 약속을 믿을 수 없게 됐다. 한 두 번의 다짐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공분만 더욱 키우고 있다.

최숙현 선수는 소속됐던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등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 선수가 수차례 관계 기관에 구원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 2월부터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물론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에 피해 신고를 했지만 적극적 조치를 받지 못했다. 철옹성 같이 폐쇄적인 스포츠계의 단면이다.

경북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의 영웅이었던 의성군청 소속 ‘팀킴’ 멤버들이 지도자로부터 폭언을 당하고 상금과 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부당 대우를 받은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지난해 1월엔 쇼트트렉 여자 국가대표였던 심석희, 여자 유도선수 출신 신유용이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지만 문체부는 형식적인 재발 방지 약속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나 국회는 물론이고 체육회가 인권침해와 악습을 걷어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체육계의 폭력과 인권침해 사례는 초중고등학교 학교 체육에서부터 프로 세계에까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승리 지상주의 엘리트체육, 국가 주도형 체육시스템을 바꾸는 항구적인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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