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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장마
[아침시단] 장마
  • 전영관
  • 승인 2020년 07월 13일 16시 3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14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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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데 물 구경 가요

창밖은 폭우와 우산들로 소란스러운데
뒷자리 사내의 통화가 들린다
당신과 장화 신고 웅덩이마다 잘박거리며
물 구경 가던 때 있었다
왜 상류를 보게 되느냐고 내게 물었지
다리 위에서 상류를 보면 꿈이 많은 사람
멀어져가는 하류를 보면 잃어버린 것들이 많은 사람
쿵쾅거리는 물발에 열중하면 얼핏, 현기증이 난다고
당신은 나란히 잡은 손에 힘을 주었지
물보다 빠르게 걸으면 넘어진다고
상류를 아는 어른 말투로
당신 젖은 어깨를 토닥거렸지
등 뒤로 넘어온 생면부지 여자 음성이
부추전 지지는 기름내만큼 고소해
내 사람이라면, 하려다 웃는다

커피 식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들며
신인 배우마냥 대사를 중얼거렸다

비 그쳤는데 물 구경 갈까

<감상> 장마 진 후 물난리가 한창인데도 물 구경을 하면 왜 마음이 들뜨는 걸까. 그 이유가 이 시에 담겨 있어 좋다. 다리에 물이 닿을 듯 말듯, 그대 마음에 닿을 듯 말듯 마음을 걸어두는 긴장이 있어 좋다. 상류를 보면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기에 꿈이 많아진다. 하류를 보면 품은 꿈들은 잃어버리고 뻔한 물길이 보인다. 흘러가는 물길에 역류할 수 없고 몸을 맡겨야 함을 깨닫는다. 배추전, 부추전 부쳐 먹고 비 그치기를 기다려 다리 위로 물 구경 가자. 상류를 바라보며 소용돌이 물발에 어지럼증이 나도 좋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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