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반복되는 체육계 갑질·폭행…선수단 관리·감독 권한 소재 불분명
반복되는 체육계 갑질·폭행…선수단 관리·감독 권한 소재 불분명
  • 이종욱 기자
  • 승인 2020년 07월 13일 20시 49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14일 화요일
  • 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동·체육 담당부처 책임 혼선·지자체 도 넘는 성적지상주의 만연
지방체육회장·스포츠 공정위 실질적 권한 부여 제도적 해결 관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폭행 및 폭행피해자 자살사건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가 강력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과거 사건들과 같이 유야무야 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와 관련한 각종 문제가 불거지는 가장 큰 요인은 각종 선수단을 관리·감독할 책임과 권한 소재가 불분명한 데서 출발한다.

가장 먼저 운동(Sports)과 체육(physical Education)의 개념이 구분되지 않으면서 담당부처간 책임소재에 혼선을 빚으면서 책임회피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운동과 체육에 대한 명백한 개념정립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운동은 특정 종목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전문선수로 육성하는 분야이며, 체육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신체적 발달을 통한 건전한 정신을 발달시키기 위한 교육의 한 분야라는 정의를 분명히 해야 된다. 즉 운동은 전문 코치나 감독이 가르치므로 책임소재가 문화관광체육부에, 체육은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거치 체육교사가 가르치는 것이므로 책임소재가 교육부에 있음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선결과제다.

두 번째 문제는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상 민간지방체육회의 민간법인화다.

이 규정은 체육회를 정치로부터 분리시켜 놓은 듯 하지만 예산의 거의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완전히 외면한 규정이다.

즉 현행 제도로 인해 이름뿐인 지방체육회장을 선출했을 뿐 실질적인 권한은 여전히 지자체장에게 있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빚어졌다.

실제 이번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사태 발생 이후 ‘경북체육회는 뭘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민간체육회장이 경주시장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행 규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체육회장에게 실질적 권한을 줄 수 있는 재정 자립방안까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세 번째 문제는 전국체전과 광역체전 등 각종 종합스포츠대회의 성적지상주의 문제다.

그동안 각 지자체와 광역단체는 종합스포츠대회에서의 성적 향상을 위해 끊임없는 경쟁을 펼쳐왔다.

과거 한국 남자 육상 100m 신기록 보유자인 김국영(국군체육부대)의 경우 경기도민체전 참가를 위해 국제육상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져 논란이 된 적이 있을 만큼 지자체 또는 광역단체의 성적지상주의가 도를 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 소속팀이면서도 해당 지자체에서 훈련을 하지 않거나 아예 타 광역단체나 타 도시에 팀을 두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역시 소속은 경주시청이지만 훈련은 경산에서 이뤄지면서 애초부터 팀 관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이는 비단 경주시청뿐만 아니라 포항시체육회 여자배구팀을 비롯 경북도청 핀수영팀(훈련장 서울체고 등)·경북체육회 사격팀(훈련장 청주종합사격장)·사이클(훈련장 양주·밀양 등)·수영 남자팀(훈련장 서울올림픽수영장)등도 사실상 해당 지자체에서는 볼 수 없는 팀들이다.

이런 사정은 비단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제2·제3의 컬링사태와 트라이애슬론사태가 잠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 최숙현 선수사건으로 비롯된 스포츠계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눈앞의 일만 해결하려는 단기적 대책보다는 근본적인 제도적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각급 단체에 설치돼 있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독립기구화 및 소속 팀에 대한 감찰기능 강화다.

현재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급 체육회 및 가맹경기단체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해 놓았다.

이에 따라 각 단체는 통상 9명~15명의 위원을 둔 스포츠공정위를 구성해 놓았다.

스포츠공정위는 △체육회 규정 제·개정 △각종 포상 및 징계에 관한 사항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과거 상벌위 기능을 하고 있다.

위원 역시 법학자·법조인·스포츠관련 학문을 전공한 교수 및 연구원·스포츠분야 관련 종사자·인권전문가 등으로 구성토록 해 놓았다.

하지만 이번 고 최숙현 선수의 경우 대한체육회를 비롯 사법기관 등에까지 진정을 했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자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공정위가 제 기능을 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지만 체육계 내부에 만연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관행의 벽을 깨지 못한 결과 미래 기대주를 잃는 사태가 빚어졌다.

따라스 스포츠공정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체육단체 산하기관이 아니라 독립기구로 분리시켜야 하며, 해당 분야에 대한 감찰기능까지 갖추도록 하는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체육계가 이번 사태가 주는 경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사태는 물론 자칫 체육계 전체의 존폐문제까지 거론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체육계가 위기감을 갖고 TF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