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교수

‘한국판 뉴딜’의 성과는 우리나라를 글로벌 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시키고 우리 사회의 만성적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160조의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들여다보면, 추진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에 지방과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방과 중소기업, 그리고 지방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들이 ‘한국판 뉴딜’ 추진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저성장·양극화의 심화에 대응하여 ‘혁신적 포용국가’를 주창하며, 사람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였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전 세계 경제가 침체하자 코로나19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한국판 뉴딜’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정책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강화로 나누어지고, 총 28개 추진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뉴딜’을 통하여 디지털 중심지로서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주도하는 똑똑한 나라, 탄소 중립을 향한 경제 사회의 녹색 전환을 통해 그린 선도 국가, 국민의 삶과 일자리를 지켜주고 실패와 좌절에서 다시 일으켜 주는 더 보호받고 더 따뜻한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사업비 160조를 투입하고 일자리 190만여 개를 창출하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적 포용 국가’에 지역이란 용어가 나온다. ‘지역에 상관없이 차별이나 배제를 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공정한 기회를…’이라는 설명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조 제1항 정신에 ‘지역’이 추가된 것이다. 지방은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인구, 기업, 기술, 규모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비하여 열악하지만,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차별받지 않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한국판 뉴딜도 이러한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정책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지난 15일,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슬로건 하에 경상북도 도청에서 개최된 전국지방분권협의회 경북회의에서 다수의 참가자가 ‘한국판 뉴딜’에 지방이 없다고 걱정을 했다.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아무리 주장하면 무엇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심지어 현 정부가 균형발전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한국판 뉴딜’이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한국판 뉴딜’의 목표는 정책 수행의 성과를 통해 중앙과 지방이 모두 골고루 발전하고, 전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결과뿐만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참여는 더 중요하다. 그런데 160조의 예산을 투입하여 위기의 극복을 통해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겠다는 종합 계획 그 어디에도 지방에 대한 특별 배려는 없다.

‘한국판 뉴딜’의 분야별 세부과제를 살펴보면, 지방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없음은 더욱 명백하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로 나누어져 있다. 디지털 뉴딜에 해당하는 D·N·A. 생태계 강화,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을 때, 각종 정부 정책으로부터 소외되어왔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전국 초·중·고등학교 등 전 국민이 동일하게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장비의 생산, 장비의 설치, 운용에 대한 교육, 운용 및 관리 등을 위한 주체가 모두 중앙, 즉 수도권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수행 주체에 참여를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연구 전문 인력이나 장비 등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은 참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중앙이나 대기업의 독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중앙이나 대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방의 중소기업과 지방의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한다면 인센티브를 부가하는 등의 특별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

또한, 그린 뉴딜에 해당하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을 때, 그 성과는 필연적으로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그러나 녹색 생태계 회복 사업 등은 도심이나 대도시 중심의 사업이 됨에 따라 이 사업의 성과는 결과적으로 도심지 주민과 농어촌 산촌 주민 간의 삶의 질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린모빌리티의 보급 확대 등은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이 또한, 예산 집행의 과정에서 지방의 중소기업이나 대학, 연구소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국민 모두가 동일한 혜택을 보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지방은 다시 양극화의 한 축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뉴딜은 격차 해소다. 소득 격차와 지역 격차를 해소해 균형을 복원하는 것이 진짜 뉴딜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신비처럼 전국이 같은 가격을 받는 지출은, 똑같이 올라도 지방에서 받는 충격이 더 크다”라고 했다. 이런 김 지사의 논리를 준용하면, 정책의 수행 과정에 투입되는 예산의 활용 주체로 지방과 지방의 중소기업, 대학이 역량 부족으로 참여할 수 없다면, ‘한국판 뉴딜’의 성과가 전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지방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며, 지방은 궁극적으로 양극화의 한 축으로 밀려나게 된다.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도된 ‘한국판 뉴딜’이 성공적인 성과를 도출하고도 자칫 또 다른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라고 주창해 왔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수행 과정에 지방과 중소기업, 지방대학과 지방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하여야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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