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심 속 '진상조사 핵심 증거자료' 사라질 위기
포항시·시의회·범대위, 산업부 등에 '철거 중지' 요청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시범가동 후 운영이 중지된 상태인 지열발전연구소.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포항시민이 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하는 등 지역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지진 진상조사에 필요한 증거자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포항 촉발지진 진상규명을 위한 필수 증거자료인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공을 통해 땅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폐수가 처분되고 시추기 철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포항시와 포항11·15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 등에 따르면 포항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 폐수저장조 안에 보관돼 있던 폐수가 지난 16일 탱크로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폐수는 시추공을 뚫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한 물이 아니다.

그동안 지열발전 과정에서 물이나 흙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 주관 ‘포항지열발전 안정성검토 태스크포스’는 오염도를 조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시추기를 매매한 업체가 폐수를 이미 처리하는 바람에 자칫 조사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폐수를 처분한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추기 본체와 머드펌프 등 시추장비 소유권을 지닌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업체에 160만 달러(약 19억2천만 원)에 시추기 본체와 부속 장비를 팔았다.

인도네시아 업체는 지난 15일부터 시추기를 철거하기 위한 주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나 포항 11·15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은 폐수가 포항지진 진상조사에 필요한 자료인 만큼 폐수 처리에 반발하고 있다.

폐수 처분 소식이 알려진 뒤 포항지열발전 안정성검토 태스크포스는 이진용 강원대 교수 연구팀을 통해 급하게 일부 폐수 시료를 확보했다.

포항지진 진상조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자료 중 하나인 시추기도 조만간 철거될 상황이다.

시추기 등 장비를 사들인 인도네시아 업체는 1차로 기술자를 투입해 철거를 위한 주변 정리 작업을 한 데 이어 최근 2차로 기술자를 한국에 파견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면 본격 철거 작업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시의회,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 등 포항 각계가 증거 보전 차원에서 시추기 철거를 중지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무총리 산하 포항지진진상조사위에 의견을 보냈다.

이에 따라 포항지진진상조사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시추기와 폐수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11·15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 관계자는“시추공을 뚫는 과정에서 나온 흙도 시추기와 폐수 등과 함께 중요한 자료인데 이런 증거 자료를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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