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천박한 건 이 대표의 입"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오후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및 정책아카데미 200회 기념 명사특강에 이어서 열린 송재호 의원(오른쪽), 이춘희 세종시장(왼쪽)과의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발언하면서 지난 4월 부산에 이어 또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6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부산에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데 왜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는 왜 이렇게 초라할까 생각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민주당은 서둘러 “앞뒤 문맥을 자르고 특정 발언만 문제 삼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야권과 야권과 SNS에는 “천박한 것은 서울 아니라 민주당 대표의 입”이라는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4일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세종시 토크콘서트에서 나왔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한강변에 배를 타고 지나가면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라며 “갔다가 올 적에도 아파트 설명만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프랑스 파리) 센강에 가면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라며 “우리는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가 얼마, 얼마’라고 말하는데, (세종시는) 이런 천박한 도시로 만들면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안전하고 성숙한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세종시가 초기에 7~8년을 허송세월했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할 때인 2003년 무렵에 방해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세종시를 성숙한 문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왔지만,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지칭한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월 6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부산에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데 왜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는 왜 이렇게 초라할까 생각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25일 구두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지난 총선 때는 부산을 초라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대한민국 상징이자 글로벌 10대 도시인 서울을 졸지에 천박한 도시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천박한 서울’ 시장엔 민주당 후보도 낼 필요가 없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도 저도 아니면 ‘막말 폭탄’으로라도 정책 실패를 덮고자 하는 신종 부동산 대책으로 여겨진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마저도 갈라치는 집권당 대표의 부끄러운 발언을 우리 당이 대신 국민께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 글에서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는 이해찬, 오거돈과 박원순 시장 성추문에 대한 자기반성인가”라며 “이 대표의 ‘부초서천’ 발언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역감정 조장하는 참 나쁜 발언으로, 지금 부산과 서울을 부끄럽게 만든 건 오거돈, 박원순 두 민주당 단체장의 성추행 추문”이라고 비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천박한 것은 서울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의 입으로 보인다”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진 전 교수는 “유유상종이라고, 천박한 사람들 어차피 민주당과 청와대에 다 모여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아파트 여러 채 가진 사람들, 강남에 건물 살 꿈 꾸는 사람, 상가 건물 투기하는 사람, 서울 아파트 냅 두고 청주 아파트 파는 사람 등등”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를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이며, (서울이)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뒤 문맥을 생략하고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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