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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I Love 미술] 영선못을 사진에 담다, 최계복
[김진혁의 I Love 미술] 영선못을 사진에 담다, 최계복
  •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 승인 2020년 07월 29일 16시 2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30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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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조선문인 서거정의 대구10경에 남소하화(南沼荷花)라는 시구가 나온다. 남쪽 연못인 남소를 요즈음 연구자들은 현재 영선시장의 영선못 이라거나 성당못 또는 서문시장 자리의 천왕당못 등 여러 설이 있다. 하여간 조선시대부터 알려진 대구 남구의 영선못은 이름 그대로 ‘영선(靈仙)’의 신령한 기운을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남쪽 읍성문 밖에서 남산동을 지나 일본육군관사 거주지 너머 대봉배수지, 수도산과 마태산에 이르면 아래쪽에 영선못이 있었다. 대구부민들의 대표 휴식처였다. 오죽하면 대구사범학교에 다니던 청년 박정희가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한 번민과 방황의 시절에 자주 이곳에 홀로 와서 상념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한다. 못은 크기가 약 1만1000평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주변에는 일본군위령탑과 80연대가 있었고 못 가운데 지점에는 조그마한 인공섬을 만들어 운치를 더하였다. 화창한 봄부터 유람선이 못을 한 바퀴 돌았으며 낚시꾼들이 여기서 망중한을 즐겼다.

필자는 영선못 가까운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도 영선시장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영선못 이라는 단어에 남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광복 후 일본군이 물러가고 그 자리에 미8군의 캠프 핸리와 캠프 조지가 들어서면서 못은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1960년 대 초에 대부분 땅으로 바뀌어 못 가장자리는 습지 비슷한 공간이 되었다. 그 후 우시장 및 가축을 키우는 일부공간과 상설시장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다, 몇 년 뒤 완전한 일반시장인 영선시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때만 하여도 초가집과 기와집이 못 주변에 많이 있었다. 미군 병사가 지날 때는 아이들이 몰려가 신기하게 바라보며 동정의 손을 내밀기도 한 웃지 못할 어려운 시절이었다.

최계복 사진작품 영선못의 봄 1933년 작

세월이 흐르면서 대구시나 여러 단체에서 대구의 근대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보여준 전시회가 열렸다. 사진 속에 영선못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에 유독 관심이 갔다. 사진을 찍은 작가는 최계복(1909~2002)이었다. 최계복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한 한국근대사진의 1세대 작가이다. 1909년 대구에서 태어나 17세에 일본 교토로 건너갔다. 필름현상과 인화기법을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와 최계복사진기점을 열었다. 신문사진, 다큐멘터리사진, 광고사진 등 다양한 작업을 하였다.

1947년에 조선산악회 국토구명사업으로 울릉도와 독도 학술조사에 사진보도원으로 참가하여 소중한 독도사진을 남겼다. 이어 1950년대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진을 찍었다. 이어 196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최계복은 2002년에 작고하였다.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대구에 남겨졌을 최계복의 대다수 작업들이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계복 기증작품 특별전’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대표작품으로 1933년 최계복의 첫 작품 ‘영선못의 봄’을 포함한 원본사진 81점과 필름 169점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피사체를 단순한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 안에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예술적인 것을 찾아내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은 사진을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예술작업의 반열에 올렸다” 고 말했다.

최근 친일 논란 속에 ‘어두운 기억의 저편’이라는 제목으로 달리 해석되기도 하였으나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배경을 담았다는 것으로도 근대사진으로서의 사료적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그의 이러한 선구적 역할로 대구경북은 근대사진예술의 출발이였고 미술과 더불어 한국문화예술계의 보고라 하겠다. 오늘도 아파트 창문에서 내려다보이는 영선시장은 과거의 영선못과 더불어 그의 흑백사진이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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