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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난세 아닌가
[삼촌설] 난세 아닌가
  • 설정수 언론인
  • 승인 2020년 07월 30일 16시 5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31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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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형의 애첩 정난정은 의금부 나졸들의 추격을 피해 황해도 강음에 도착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금부도사가 들이닥칠 것 같아 안절부절 이었다. 그때 종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면서 소리쳤다. “마님, 큰일 났습니다. 금부도사가 오고 있습니다” 공포에 질린 정난정은 “붙들려가 곤욕을 치르느니 스스로 죽는 것이 낫다”면서 독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사실은 금부도사가 출동한 것이 아니고 다른 임무로 평안도에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금교역에서 말을 바꿔 타는 것을 본 종이 정난정을 잡으러 온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뒤늦게 도착한 윤원형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정난정을 끌어안고 통곡하다 그 역시 독약을 마시고 자결했다. 을사사화로 무수한 정적들을 제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국정농단과 부귀영화를 누리던 권력의 화신 윤원형의 뒤끝은 처참한 비극이었다.

윤원형은 중종이 죽고 12살의 명종이 보위에 오르자 중종의 비이며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 윤씨가 수렴청정을 하자 실권자가 됐다. 문정왕후의 친동생인 윤원형은 사화로 정적들이 모두 제거된 후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형 윤원로까지 모함, 귀양보내 죽게 했다. 윤원형에게는 거칠 것이 없는 세상이 됐다.

권력의 낌새에 민감한 관료들은 그에게 줄서기가 바빴고, 뇌물은 산더미 같이 쌓여갔다. “윤원형이 훈척임을 내세워 오랫동안 권세를 잡으니 그 부유함이 왕실과 견주었다. 한양에 1급 저택이 13채나 되었고, 그 사치함과 웅대함이 극도에 달했다” 당시 사관의 윤원형에 대한 기록이다.

이재에 뛰어난 애첩 정난정은 운종가의 상권을 장악, 제사 물품을 매점매석해 큰 돈을 모았다. 조상에 대한 효가 그 어느 가치보다 우선하던 시대 제수품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백성들의 원성도 치솟았다. 난세에는 많은 악인이 등장하는 것이 역사의 이치다. 난세가 악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악인이 난세를 만드는 것이다.

여당의 총선 압승 후 우리 사회가 희한하게 돌아간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력에 도취해 할 말, 안 할 말을 쏟아내는 안하무인의 작태가 난무하고 있다. ‘윤원형 아바타’들이 활개 치는 권력 만능의 나라 꼴이 만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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