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진상조사위원회 보류 통보 무시 기술자 투입 철거작업 진행

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앞에서 시민이 관계자를 비롯한 경찰·공무원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한편, 국무총리 산하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시추기 채권단에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열발전 사업 부지를 보전하고 시추기·폐수·시추암편 등 관련 물건을 보관하도록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류희진 기자
지난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시추기의 철거작업이 강행되면서 포항 지역 정치권과 시민이 반발하고 있다.

2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 앞에 김성조 시의원을 비롯한 임종백 11·15 포항촉발지진 흥해지진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 시민들이 찾아 발전소 내에 있던 직원들에게 시추기 철거 중지를 촉구했다.

특히, 임 대표는 지열발전소 출입구에 설치된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울타리를 타고 넘어가 발전소 측 보안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인근 도로에 나가 드러눕거나 시추기 철거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통행하는 차량을 막아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렇듯 각계 각층에서 시추기의 철거를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포항지진 진상조사에 필요한 증거자료가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철거작업은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어 ‘진상조사 완료 시점까지 시추기 보전’ 결정을 내린 뒤 관련 공문을 소유주인 대신FNI, 신한캐피탈 등에 발송했다.

포항지열발전 시추기 본체와 머드펌프 등 시추장비 소유권을 지닌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 13일 인도네시아 업체에 160만달러(한화 약 19억2000만원)에 시추기를 매각했다.

보전 결정 대상은 포항지진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열발전 부지의 보전 및 관련 물건(시추기, 시추 암편, 발전기, 폐수 등)이다.

포항시도 진상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관계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소유주에게 재차 공문을 보내고 대책을 거듭 요청했다. 이와 함께 시추기 철거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3일에는 진상조사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긴급 합동회의도 요청했다.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지진특별법) 제11조 1항 3호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대상자 및 참고인, 그 밖의 관계 기관ㆍ시설ㆍ단체 등에 대해 포항지진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 요구 및 제출된 자료 또는 물건의 보관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장비를 사들인 인도네시아 업체는 지난달 15일부터 기술자를 투입해 시추기 철거에 들어간 상태며 시추장비를 사들인 업체 측은 위원회 통보를 무시한 채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포항지진의 증거물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결정된 만큼 관련 기관과 소유주는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서 이행해야 한다”면서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 포항지진의 진상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철거를 보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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