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외롭다고 말하며 다가왔다
회전목마와 메리고라운드 중 무엇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동물원에 가는 건 생각이 없어지는 일처럼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린 동물원에 가야 한다고 대답할 뿐이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생각은 끝없이 이어졌다
햇빛심장 햇빛심장 햇빛심장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싶기도 했다
그것은 가끔 완벽한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코끼리 코 코끼리 코 코끼리 코
낡은 서랍을 뒤지며 걸어갔다
절룩거리는 말처럼 말들은 절룩거렸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을 지속시키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지금은 아마 얼룩을 말하는 시간
얼룩말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는 보이지 않는다
죽은 사람 얼룩 얼룩을 말하며 다시 나타나고
이제 우린 동물원에 가야 한다고 대답할 뿐이다



<감상> 나이 먹고 철이 들면 동물원에 가는 게 힘든 모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혈육이 죽은 후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살아생전에 함께 갔던 장소인데도 더욱 그러합니다. 멀리 떠난 이와 여기에 남아 있는 이의 간극이 더 벌어집니다. 내가 던진 말(言)들은 절룩거리고, 죽은 사람의 얼룩과 나의 얼룩은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멀어진 이들의 얼룩은 자기들끼리 어울려 거대한 얼룩을 만들어 냅니다. 나는 어슬렁거리며 그 얼룩에 다가가지만 같이 어룽지지 못하고 물러나고 맙니다. 지금 얼룩을 말하는 시간이지만 같이 어울리지 못하고, 그냥 동물원에 가야 한다고 대답만 할 뿐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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