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 전 상주문화회관장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손에 손잡고’ 로그송이다. 88서울올림픽은 대단했다. 작고 당찬 대한민국 국력, 한강의 기적, 아름다운 녹색 서울, 확실하게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부러움을 샀다.

88올림픽 열렸던 가을 상주에 살았을 때다, 비가 오면 동동주와 파전 생각나면 속리산 법주사에 간다. 직행버스로 한 시간이면 속리산면 상가골목에 도착한다. 상주와 가깝고 버스회수도 많기에 나 혼자도 가고 친구들과도 종종 갔다. 요기도 휴식도 구경도 속리산이 딱이다.

속리면에 들어서면 눈앞에 기암괴석 산 절경 보며 카약 한다. 면소재지가 산과 냇가 숲으로 싸인 자연 토속골목이다. 시원스럽게 촉촉한 비까지 뿌리니 동동주에 파전 침이 꿀떡한다. 혼자 쑥스럽지만 들 마리에 앉아 파전과 동동주 들이키니 온 김에 천년고찰 법주사로 발길을 돌렸다. 호국불교의 요람 법주사 대웅전 마당에 우뚝 선 미륵대불 보고 또 봐도 웅장하다.

법주사를 나와 상주로 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동동주 한 병 가량 들어가니 취기가 올라 시간도 있고 이왕 온 김에 문장대로 가자며 내 몸에 말로 속삭이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은 문장대로 향한다. 속리산은 상주 쪽 절반, 문장대는 전부 상주 땅이다. 남한 대한민국의 중앙으로 보호봉이다. 문장대에서 상주 쪽으로 내려가면 삼국통일의 요새지 견훤산성이 있다. 백두대간 남쪽으로 6·25 승전 화령장 전투고개가 낙동강 방어선 구축에 일등공신이다.

상주모동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백화산 항몽 승전대첩비 문장대 중심으로 백두대간이 삼국통일로 대한민국 기틀을 만들고 몽고와 승전, 북한과 6·25 전쟁, 일본과 임진왜란, 외세와 잦은 전쟁의 길목 문장대 일대가 천혜의 요새지로 대한민국을 보호했다.

호국의 문장대 오르기만 해도 영광이다. 한참 혼자 우산 쓰고 땀 흘리며 헉헉거리며 올라가도 끝이 없다. 숨차서 오르막에서 쉬고 있었다. 휴대용 라디오에서 Rhythm Of The Rain (빗줄기의 리듬) 노래 따라 부르며 세 명의 아가씨 모습 정겹다. 빨간, 파랑, 노란 비닐로 덮은 모자로 비를 가리며 맞으며 해맑게 웃으며 오른다.

마음에 품은 대구 성모당의 기도 힘으로 올라와 정상 눈앞에서 퍼졌다. 기진맥진 측은한 나를 보며 ‘아저씨 같이 오르자’며 손 내민다. 88올림픽 ‘손잡고…’ 로고송이 번쩍 떠올라 잡으니 따뜻하다. 문장대 오르니 천사 세 자매 빗줄기 리듬 노랫말 따라 사라졌으나 그 순간 행복했다. 지금은 환갑 아줌마로 변했겠지 그려보니 세월 정말 빠르다.

세 번 오르면 극락 가는 하느님 보호하사 호국의 봉우리 문장대가 이슬비 내리는 날이면 더욱 생각난다. 빨간·파란·노란 비닐 뒤집어 덮은 모자 쓴 발랄하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 같은 사람 많기를 고대한다. 우울한 코로나19 반토막 일상 아름다운 대한민국 살만 나는 사회 신바람 나는 온 토막 일상 다시 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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