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포항시 북구 기북면의 한 사과 농장 주인인 김순기 씨가 갈반병에 걸려 노랗게 변한 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 씨는 갈반병에 걸려 잎이 떨어지면 향후 사과는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과일 씨알일 굵지 못하고 껍질만 두꺼워지는 속칭‘뺀질이’가 된다고 우려했다. 손석호 기자
사상 최장 장마가 끝난 후 무더위가 이어지자 농작물 병해충 및 작황 부진 우려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포항시 북구 기북면의 한 사과 과수원.

‘가을 사과’인 부사가 한창 자랄 시기이지만, ‘갈반병’에 걸려 검은 점이 생기고 잎이 샛노랗게 변하면서 생육이 부진해 보였다.

힘을 잃고 떨어진 낙엽이 심하게 많아 늦가을처럼 바닥에 잎이 벌써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과 나무가 양분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과일 생육에 지장을 크다며 4000㎡ 규모 밭에서 사과를 키우는 손익출·김순기 부부 농장주가 걱정했다. 사과는 올봄 냉해에 이어 장마에 따른 갈반병에, 늦여름 무더위로 일소(햇빛데임 현상)피해까지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순기 씨는 “잎이 없으면 앞으로 사과 껍질만 두꺼워지고 씨알은 굵어지지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속칭 ‘뺀질이’로 밖에 크지 않는다”며 “정품이 100원이면 뺀질이는 10~20원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는 ‘주스용’으로만 쓰여 올해 농사는 사실상 헛일이 됐다”고 했다.

손익출 씨 또한 “집집 마다 갈반병의 심한 정도가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농약 종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며 “앞으로 냉해 장마 등 기상 이변이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원인 분석과 연구,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 등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과가 갈반병 증세를 보이자 사과 수확을 앞두고 가격이 벌써 들썩이는 조짐이다.

포항의 한 농협 관계자는 “올가을 사과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서인지 상인들이 포전매매(수확 전 밭에 심겨 있는 상태로 작물 전체를 사고파는 일)를 하는 정황이 있다”며 “평년 같으면 지금쯤 홍로 10㎏ 한 박스 공판장 시세가 4만~5만 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7만~8만 원까지 훌쩍 뛰었다”고 했다.

사과뿐만이 아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영천·상주·영주·영덕 등에서 총 9000㏊ 면적서 재배하는 복숭아도 올해 7월 말 주 출하를 앞두고 장마가 이어지면서 당도와 맛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900㏊(영천 350㏊·상주 300㏊·영주 100㏊·영덕 100㏊·포항 30㏊ 등)에서 이미 발생했다. 또 장마 이후 이달 각 농작물 병해충을 관찰포를 통해 조사한 결과, 정점 시기 기준으로 벼의 도열병은 지난해에 비해 3.4배, 잎집무늬마름병은 3.2배, 혹명나방은 6.6배나 더 생겼다.

특히 사과의 경우도 불량률이 30% 늘었고, 갈반병과 탄저병이 지난해 보다 20% 이상 더 관찰되는 반면, 착과수는 7% 줄었다.

또 고추는 평년보다 길이는 5% 감소했고, 착과수 또한 1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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