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희망을 심었네’(이재태 엮음, 도서출판 학이사 발행 )
대구 코로나 19 사투의 현장에서 희망을 심은 의료인 35명의 생생한 기록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이재태 엮음, 도서출판 학이사 발행 )가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숨을 쉬고 있지만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은 끝이 없었고, 약속된 두 시간의 끝이 오기는 하는지, 때로는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찜질방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온몸의 땀구멍이 한 번에 열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고글과 마스크로 눌리는 탓에 생기는 국소적 통증으로 얼굴의 여기저기에다 테이핑을 해보지만 아주 피할 방법은 없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음압중환자실 이은주 간호사가 방호복을 처음 입은 날의 느낌이다. 방호복을 입은 순간 숨이 막혀오며 당장 모든 보호구를 탈의하고 뛰쳐나가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과 온몸에 소름이 돋듯이 한기가 들어 여차하면 뛰쳐나갈 생각을 하지만, 내가 뛰쳐나갔을 때 홀로 남아서 수십 명의 환자를 다 간호해야 할 동료와 밖에서 다음 교대를 준비하고 있을 동료들이 떠올라 참았다.

전쟁과도 같았던 대구의 코로나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 현장에 있었던 의사와 간호사 등 35명의 생생한 경험이다. 코로나19 대구 진료현장에서 있었던 의료인들의 기억을 우리 시대의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코로나19와의 사투 현장

대구1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종료된 4월 29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의료인의 모습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완치해서 퇴원시키지 못하고 다른 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환자에게 미안해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 눈물을 보는 이들에게도 모두 진한 감동을 주었다.

대구의 코로나19 현장에서 의료진들은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국민들은 마음으로 응원해왔지만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언론에서 접하지 못한 의료진 저마다의 사연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책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 진료현장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맞서 싸운 의료진들이 느낀 공포와 긴박했던 상황, 죽음에 이르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느낀 소회, 격리된 환자들의 심리변화 등 소중한 경험들이 기록돼 있다.

의료현장에서 느꼈던 역경의 경험을 비롯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배운 것과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를 위한 제언,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했던 환자들의 소감 등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현장의 긴박감이 그대로 전해져 극한의 상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안타까움으로 울컥하게 한다.

△대구에서 펼쳐진 코로나와의 전쟁

2020년 2월 18일, 우리나라의 코로나19의 33번째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생했다. 이날 이후로 코로나19 매일 확진자가 걷잡을 수가 없도록 증가했고 도시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2020년 4월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1번 환자의 발병 이후 실로 52일 만에 대구에서의 환자발생 ‘0’이라는 숫자를 발표했다. 그때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환자는 6803명이었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등장한 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동안 전국의 1만 명이 넘는 확진자 중에 대구 시민이 약 64%였고, 경북을 포함하면 약 68.5%를 차지했다. 코로나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도 대부분이 대구·경북 주민이었다. 이번 코로나19 KOREA는 그야말로 대구에서 펼쳐진 코로나와의 전투였다.

△엄청난 희생을 치룬 대구의 코로나19 극복기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를 처음 알렸던 우한 중앙병원 안과의사 이원량의 사망 소식에 가장 민감했던 사람은 의사들이었다. 그러니 경험이 없는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은 대구로 차출돼 오기로 한 전날 밤에 도저히 오지 못하겠다고 밤에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대구에 대한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이런 코로나19의 아수라장이던 시기에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스스로 코로나 병원의 입원 환자 진료와 선별진료소의 검체채취 업무에 자원했을 뿐만 아니라, 대구시 의사들에게 “우리 모두 내 고장 대구를 구하자”는 격문을 돌려 순식간에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냈다. 또 전국의 의사들에게 대구를 도와달라는 담화를 발표해 수많은 의료진들이 대구로 달려오게 했다.

대구시 개원 의사들은 조를 짜서 2000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환자들을 분담해 전화 상담을 하며 어려운 점들을 해결해 줬다. 이러한 노력으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온 환자들은 매일 두 번씩 전화를 해준 의사들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코로나와 같은 공포의 전염병이 또 다시 찾아올 때 의료진, 환자, 시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어떻게 배려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혹시 모를 다음을 위해 경험을 엮어 기록으로 남기고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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