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노숙 10년 차라며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노숙이 이렇게 좋을 줄 미처 몰랐다, 요즘 신문을 보면 얼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습니까. 얼간이들 하는 짓 보세요. 그런 얼간이들 하나 둘이어야지 내 보기에는 정말 많아요. 걱정된답니다. 저도 한때는 정치 꿈 가졌답니다. 대통령하고 쉽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정치하셨던가요?”

“노숙자 신세에 지난날 무엇을 했다고 이야기하면 뭐합니까? 인정도 못 받는 말, 서울에 수십 명 아니 수백 명 노숙자가 있습니다. 그들과 이야기해 보세요. 못난 사람 하나도 없어요? 한때는 수백 명 또는 수십 명 직원 두고 월급을 주었던 사람,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살았던 사람, 그들이 실패라는 것 견디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거랍니다. 성공과 실패 별것 아닙니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노숙하는 어느 분은 “요즘 정치인 중에 한심한 행태를 보인 사람이 부지기수다”며 그렇게 정치할 바엔 국회 정문 앞에서 구두를 닦겠다” 라 하며 혀를 끌끌 거리더라 했다.

“그 이유가?” 하고 묻자.

“낫은 놓기에 따라 기역자도 되고 니은자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묻는지 그 의미도 똑똑히 모르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그 말만 떠 올리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위정자들 중엔 국민이 알고자, 듣고자, 하는 말 그 말 진위도 똑똑히 모르고 국민의 생각이 이럴 것이다 지레짐작하고 혼자서 지껄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정자 대부분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뒤통수나 칠 바엔 그리고 국회의사당 드나드는 것 그리 좋으면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구두 닦으면 국민들이 국회의원 그 사람 일도 하지 않고 국민이 낸 세금을 축낸다고 하는 욕 들어 먹지 않아도 될게 아니냐?

뿐입니까? 날이면 날마다 국회의사당 경내에서 살 수 있잖아요. 그게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면서 선생은 무엇을 하시는 분인가요?” 하며 위아래로 쭉 살피는데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그 노숙자에게 “선생은 지금 정부가 하는 행태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세상일이 어떻게 자기 마음과 같이 되기를 바라겠습니까?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 게죠? 안 그렇습니까.” 그러면서 “저는 선생이 아닙니다. 다시는 선생이라 말하지 마세요? 전 보시다시피 노숙을 하는 거지입니다. 거지에게 선생이라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노숙자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노숙자인 저 같은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만 저 같은 노숙자에게 선생이라 하니 기분이 좋긴 하는 말인데 솔직히 요즘 위정자들 하는 걸 보면 존경심은커녕,” 그리고 소리는 내지 않고 입술만 들썩였다.

위정자들 들으세요. 무위자연의 정치를 하면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은 법이 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 좀 하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하기 싫거든 귀라도 활짝 열고 귀동냥이라도 많이 했으면 합니다. 그것도 싫으면 조용히 계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파고다공원을 집 삼아 사는 어느 노숙자의 말이었다. 똑똑한 노숙자였다. 손엔 신문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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