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경주에서 우리나라 고고학의 획기적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금동신발이 출토됐던 황남동 120-2호분에서 6세기 전반 귀족 여성의 장신구가 풀세트로 출토됐다. 금동관과 굵은고리 금귀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금동신발까지 망자가 저승길을 갈 때 착용했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화려한 장신구들이다. 1970년대 황남대총 발굴 이후 일괄 유물이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무덤에서 큰 칼 대신 작은 은장도(손칼), 굵은고리 귀걸이, 실을 잣는 가락바퀴(방추차), 청동다리미가 발굴돼 여성의 무덤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1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이다. 얼굴에 금동관을 덮고, 허리에 작은 은장도를 매달았으며 열 손가락에 열 개의 은반지, 양 팔목엔 8개의 팔찌를 꼈다. 얼굴 부분에 덮인 금동관의 중앙부에서 금동신발 뒤꿈치까지 길이가 176㎝인 것으로 봐서 귀족 여인의 키가 170㎝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발굴조사 결과가 지난 3일 문화재청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발굴 현장설명회에는 3000여 명이 접속해 실시간 채팅창을 달궜다. 시청자들은 “1500년 전 이 땅의 기술이라니 진짜 놀랍다”, “걍(그냥) 귀족인데 반지 10개, 팔찌 8개 플렉스(돈 자랑을 하다는 뜻으로 랩에서 자주 사용)”, “신라 구찌네 ㅋ” 등의 댓글을 다는 등 엄청난 관심을 나타냈다.

황남동 120호분의 부속 무덤인 이번 120-2호분의 발굴은 예비 발굴 성격이다. 신라고분 발굴에서 최고위급 무덤의 발굴은 금관 등이 풀세트로 출토된 천마총, 황남대총 북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등이 있다. 이번에 발굴된 무덤은 이들 무덤보다 한 단계 낮은 두 번째 등급이다. 내년에 120호분이 열리면 아마도 우리나라 고고학 발굴에서 또 하나의 신기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구찌도 발 벗고 못 따라올 화려한 유물들이 쏟아질 것이어서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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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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